고양이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인 날카롭고 뾰족한 치아. 고양이의 치아는 야생에서 먹이를 사냥하기 위해 발달한 만큼 고양이의 생존에 있어서도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고양이에게 없어서는 안 될 치아가 자연스럽게 빠진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치아가 서서히 사라지다 잇몸만 남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는 ‘치아 흡수성 병변’이라는 질환 때문인데, 전체 고양이 가운데 약 20~60%에서 관찰될 만큼 흔한 편이다. 치아 흡수성 병변이란 어떤 질환인지, 반려묘가 치아 흡수성 병변을 앓는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1. 고양이 치아에 붉은 점 있다면 의심해야… 식욕부진과 통증 유발
고양이에게 발생하는 ‘치아 흡수성 병변’은 치아의 상아질을 파괴하는 ‘상아질 파괴세포’가 영구치를 공격하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원래 상아질 파괴세포는 어릴 때 나는 젖니를 흡수해 영구치가 나는 것을 돕는 역할을 하는데, 특정한 이유로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면서 영구치까지 흡수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세포가 활성화되는 것에는 △자가면역질환 △비타민 D 부족 △바이러스 감염 △치석 과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으나, 명확하게 원인이 밝혀져 있지는 않다.
치아 흡수성 병변이 발병하면 잇몸 위로 나와 있는 치아나 잇몸 안쪽의 치근이 녹아 잇몸으로 흡수되는데, 진행 단계에 따라 치아의 가장 바깥쪽이 손상되는 1단계부터 완전히 치아가 사라져 없어지는 5단계까지 분류할 수 있다. 이렇게 치아 흡수성 병변이 진행된 고양이의 치아를 살펴보면 치아의 흰 부분이 사라져 붉은색 점이 생긴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발치를 한 적이 없는데도 일부 치아가 사라져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간혹 치아의 뿌리 부분이 흡수되어 외관상으로는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이렇게 치아의 단단한 부분이 녹아 사라지는 동안, 치아 내부에 있던 신경이 외부에 그대로 노출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음식을 먹을 때마다 신경이 자극을 받아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치아 흡수성 병변을 앓는 고양이는 △식욕부진 △체중 감소 △얼굴 주변의 통증 △침 흘림 △잇몸 출혈 △구취 등의 증상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를 방치하다가는 세균이 혈액을 타고 흘러들어가 자칫 다른 장기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발견 즉시 치료할 것이 권장된다.
2. 양치질만으로 완전히 예방 어려워…그래도 해야 하는 이유는?
치아 흡수성 병변의 원인이 아직까지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만큼, 완전히 예방할 수 있는 방법도 없는 실정이다. 그나마 치석 과다를 막기 위한 양치질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양치질을 자주 시켰다고 하더라도 치아 흡수성 병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치석 외에도 워낙 다양한 요인이 작용해 발병할 수 있기 때문.
그렇다고 해서 양치질을 소홀히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양치질은 치아 흡수성 병변 외에도 치은염, 충치, 구내염 등 여러 구강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으며, 양치질을 하면서 보호자가 반려묘의 치아를 꼼꼼히 살피다 보면 치아 흡수성 병변을 조기에 발견할 수도 있다. 고양이의 양치질은 적어도 일주일에 3회 이상, 가능하다면 하루에 1회 이상 하는 것이 좋다. 만약 이미 치아 흡수성 병변이나 다른 구강질환이 진행되어 양치질을 할 때마다 통증이나 출혈이 생긴다면 억지로 양치질을 시키기보다는 병원으로 데려가 바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3. 발병 확인되면 발치가 최선…사료 먹는 데 문제없어
치아 흡수성 병변에 대한 치료 방법은 크게 레진 등의 재료를 채우는 수복 치료와 발치로 구분할 수 있다. 수복 치료는 고양이의 치아 형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발병 초기 단계에만 시행이 가능하고, 장기적으로는 치료 성공률이 낮은 편이기 때문에 대부분 발치를 선택하게 된다.
발치를 하는 경우에는 치아 흡수성 병변이 발생한 일부 치아만 발치를 하기도 하고, 모든 치아를 발치하는 경우도 있다. 외부에서 보이는 치아 손상뿐만 아니라 잇몸 아래 치근의 흡수가 어느 정도로 진행되었는지 파악하기 위한 방사선 검사 등을 받아 보고, 이미 여러 개의 치아가 녹았거나 재발 우려가 있다면 전체 발치를 할 것이 권장된다.
이렇게 치아를 뽑아 버리면 혹시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 수 있는데, 고양이는 발치 후에도 충분히 음식 섭취가 가능하다. 고양이의 치아는 날카로운 치아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육식동물의 구강 구조로, 음식을 잘게 꼭꼭 씹어 먹기 위한 구조가 아니기 때문. 가정에서 생활하는 고양이가 일반적으로 먹는 사료 정도는 치아가 없어도 충분히 섭취가 가능하다. 다만 사료가 너무 단단하거나 삼키기 힘들 정도로 사료 알이 큰 편이라면 사료를 물에 불려서 주거나, 작은 알의 사료로 교체하는 것이 섭취에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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