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데냐 해변의 황혼이 지는 시간, 수백 명의 사람들이 바다를 바라보며 저녁 식사를 즐기고 있다. 바닷바람이 살랑거릴 때마다 촛불이 반짝이고, 그 불빛은 여성들의 주얼리와 정박한 요트의 불빛과 어우러져 눈부신 장관을 연출한다. 지난 7월 초에 개최된 돌체앤가바나의 알타 행사의 한 장면이다. 매년 6월에서 7월 초는 유럽 전역에서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이 발표되는 중요한 시기다.
올해에도 생트로페, 피렌체, 비엔나, 모나코 등에서 럭셔리 브랜드들이 행사를 개최했는데, 지중해에서 두 번째로 큰 섬 사르데냐에서 돌체앤가바나가 그 대미를 장식했다. 6월 30일 팝스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개막 공연으로 시작해, 알타 조엘레리아(하이주얼리), 알타 모다(여성 오뜨쿠튀르), 알타 사토리아(남성 오뜨쿠튀르)와 케이티 페리의 폐막 공연으로 5일간의 행사가 성대하게 마무리되었다.
창립자이자 디자이너인 도메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베네치아, 밀라노, 포르토피노, 풀리아 등 이탈리아의 상징적인 도시들에서 알타 행사를 개최하며 이탈리아 전통문화와 장인정신에 대한 경의를 표해왔다.
1. Dolce&Gabbana: 이탈리아의 전통과 예술적 열정 담은 필리그리 기법
이번 5일간의 화려한 행사에서 필자의 관심을 끈 것은 단연 하이 주얼리였다. 7월 1일, 돌체앤가바나는 사르데냐 남쪽 해안의 포르테 빌리지에서 90점의 새로운 ‘알타 조엘레리아’ 컬렉션을 공개했다. 돌체앤가바나의 하이 주얼리 라인인 알타 조엘레리아는 2012년에 시작되어 이탈리아의 풍부한 문화유산과 장인 정신을 반영한 새로운 컬렉션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왔다.
매해 이탈리아의 한 도시를 선정해 그 지역의 문화와 예술적 전통을 담아내고 있는데, 올해에는 사르데냐의 전통문화와 상징, 역사를 반영한 작품들이 주를 이뤘다. 사르데냐 컬렉션의 하이라이트는 ‘필리그리(Filigree)’였다. 필리그리는 얇고 부드러운 금속 와이어를 레이스처럼 섬세하고 정교하게 엮어 복잡한 패턴과 디자인을 만드는 고대 주얼리 제작 기법이다. 라틴어 필룸(Filum·실)과 그라눔(Granum·낟알)에서 유래된 이 기법은 개성과 독창성, 장인의 노고와 정성을 느낄 수 있어 예술품을 보는 듯한 감동을 준다.
사르데냐는 청동기 시대의 누라게 문명부터 페니키아, 카르타고, 로마, 아라곤 등의 지배를 받으며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형성해 왔다. 이런 배경으로 발전된 사르데냐 주얼리의 특징 중 하나는 이중 돔 형태의 금 단추로, 전통 의상을 장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펜던트나 귀걸이로도 사용할 수 있다. 여성성과 다산을 상징하는 이 단추는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기원하기 위한 부적으로 간주되었다.
이번 컬렉션에는 손잡이 없는 바구니 모양의 수공예품 ‘사 코르불라 (Sa Corbula)’와 전통 빵 ‘코꼬이 피타우(Coccoi Pitau)’도 포함되었다. 사 코르불라는 나선형 필리그리 기법으로 제작되었고 꽃, 낟알, 보석 등 다양한 장식 요소들로 더욱 풍성해졌다. 코꼬이 피타우는 순수와 다산을 상징하는 봉헌용 빵인데, 돌체앤가바나는 하이 주얼리에 빵을 세팅하는 독특한 아이디어로 전통요리 예술과 주얼리의 만남을 시도했다. 방부 처리된 빵 장식은 탈부착이 가능해 주얼리만 따로 착용할 수 있다.
이러한 독창적인 스타일과 전통의 깊이는 단순한 주얼리가 아닌 문화유산의 일부로서 가치를 지닌다. 돌체앤가바나는 또한 에메랄드, 쿤자이트, 루벨라이트, 자수정 등 50캐럿에서 100캐럿 사이의 거대한 보석들로 사르데냐의 석양과 바다의 색상을 표현했다. 이 밖에도 망치로 두드린 볼드한 골드 체인, 거대한 프린지 목걸이, 교황 스타일의 십자가, 탄생석이 세팅된 아기천사 모티프의 브로치 등이 눈길을 끌었다.
2. Massimo Bianchi: 감탄과 열정의 현장
“이건 예술이야!” 곳곳에서 들려오는 감탄사. 미국에서 온 한 고객은 “처음에는 옷에 빠져들었지만 결국 독특한 주얼리에 반했다. 이탈리아의 역사와 감성이 담겨 있어서 남다르다”라고 말했다. 이어 옐로 사파이어와 다이아몬드로 촘촘하게 장식된 레몬 디자인의 목걸이를 착용한 러시아 고객은 “사르데냐 필리그리의 천년 전통 덕분에 가장 웅장한 주얼리조차도 가볍게 다시 태어났다”며 놀라워했다.
돌체앤가바나 하이 주얼리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열정이었다. 디자이너의 뜨거운 열정을 담아내고자 모두가 이곳에 모였지만, 거대한 목걸이를 걸고 가격표를 자랑하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오히려 그들은 디자인과 장인정신을 음미하며 예술적 경험을 즐겼다. 이날 포르테 빌리지를 빛낸 주얼리들은 일반인에게는 비현실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알타 고객들 사이에서는 희소성과 소장 가치로 주목받는 작품들이었다.
그곳에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단 하나뿐인 작품을 손에 넣고자 하는 열망만이 가득했다. 사르데냐의 해변에서 열린 5일간의 축제는 이탈리아의 예술과 전통을 기리는 무대였으며, 그 중심에는 돌체앤가바나의 알타 조엘레리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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