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날씨와 활짝 핀 꽃을 즐기기 위해 산행에 나서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편안한 마음으로 등산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등산 중 부상을 입거나 심정지로 사망하는 등의 사례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당뇨병, 고혈압, 관절염 등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에는 예상치 못한 부상이나 사고에 더욱 주의해야 하는 만큼, 건강하게 등산하는 방법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1. 당뇨병 환자, 당뇨발과 저혈당 주의해야
당뇨병 환자가 산행을 할 때는 합병증으로 찾아올 수 있는 당뇨병성 족부 질환, 즉 ‘당뇨발’을 주의해야 한다. 당뇨병을 앓으면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고 감각이 둔해지면서 발에 상처가 생겨도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상처를 통해 들어온 세균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져 가벼운 상처가 궤양이나 괴저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지는 것을 당뇨발이라고 한다.
정형외과 상담의사는 “당뇨병 환자가 걷기 전에는 발가락 끝부터 발목 부위까지 전체적으로 발의 이상이 없는지 꼼꼼하게 확인하고, 발에 눌림이나 쓸림이 유발되지 않는 편안한 운동화를 선택해야 한다”며 “서서히 운동량을 늘리면서 발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지 확인해야 하며, 상처로 인한 삼출물이 관찰되거나 발에 통증이 증가하는 등 이상이 있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당뇨병 환자가 공복 상태에서 산을 오르는 것은 좋지 않다. 혈당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저혈당 쇼크 등이 찾아올 수 있기 때문.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식사를 마치고 1~2시간 후, 인슐린 투여 후에는 1시간 정도가 지난 후에 등산을 하는 것이 좋다. 또 등산 시에는 초콜릿이나 사탕 등 당분이 많이 들어 있는 작은 간식과 물을 충분히 챙기고, 현기증이 나거나 호흡이 가빠지는 등의 저혈당 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휴식을 취하면서 간식을 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
2. 고혈압 환자, 혈압과 심박수 관리하며 등산해야
고혈압이 있는 경우라면 등산 중 혈압이 순간적으로 높아져 심장발작이나 뇌졸중 등의 심뇌혈관질환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특히 산은 평지보다 고도가 높아 기온이 약간 낮기 때문에 혈관이 쉽게 수축하고, 평소보다 혈압이 쉽게 높아질 수 있다. 심박수 관리에도 유의해야 한다. 고혈압 환자는 등산을 포함한 운동 시 목표 심박수는 최대 심박수의 50~60%로 잡을 것이 권장된다. 최대 심박수는 220-연령으로 계산할 수 있는데, 50세의 고혈압 환자라면 170 bpm이 최대 심박수이며 목표 심박수는 분당 85~102 bpm인 셈이다.
고혈압 환자는 심박수 관리를 위해 등산 시작 전 준비운동을 충분히 해 주는 것이 좋다. 준비운동을 통해 급격하게 심박수가 높아지는 것을 막고, 서서히 몸이 적응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또한 무리하게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완만한 지형 위주로 천천히 걸으면서 심박수와 혈압을 조절하는 것이 권장된다.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 등을 사용해 심박수를 수시로 확인하면서 자주 휴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만약 추운 새벽부터 산행을 시작하는 경우라면 혈관 수축으로 인해 혈압이 상승하지 않도록 보온에 신경 쓰는 것이 좋다.
3. 퇴행성 관절염 환자, 관절 통증 있으면 산행 중단
등산을 할 때는 무릎 관절을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는 만큼, 퇴행성 관절염 환자는 관절 통증이 심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특히 산이 가파를수록 무릎에 부담이 더해지면서 통증이 더욱 강하게 찾아올 수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등산 계획을 세우는 것은 좋지 않다. 또한 퇴행성 관절염이 주로 나타나는 중장년 이후의 연령대에는 근력과 골밀도도 낮은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인대 손상이나 골절 등의 부상을 입어도 회복이 더디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관절의 손상을 줄이기 위해서는 걸을 때 자세를 잘 잡아야 한다. 산림청이 권고하는 올바른 보행법에 따르면, 산을 오를 때는 상체를 앞으로 조금 굽힌 상태에서 무릎을 조금만 올리면서 걷고, 땅을 밟을 때는 발바닥 전체로 밟아야 한다. 보폭은 성인 기준 약 75cm, 분당 115보 정도가 적당하다. 하산할 때는 발을 가볍게 딛고, 무릎을 충분히 굽혀 관절의 충격을 줄이는 것이 좋다. 스틱 등의 도구를 사용하면 무릎에 가해지는 하중을 줄이고, 경사 등에서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
4. 등산 중 응급상황, 어떻게 대처할까?
안전하게 등산할 수 있는 수칙을 알고 가더라도, 갑작스럽게 사고가 발생하거나 급격히 컨디션이 나빠지면서 몸이 상하는 등의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만약 등산 중 호흡이 어려워지고 극심한 흉통 등의 불편한 증상이 느껴지는 경우,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등의 심혈관질환이 발병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즉시 가던 길을 멈추고 편안한 자세로 휴식을 취한 상태에서 119에 신고를 해야 한다. 만약 심정지까지 이어진 경우에는 심폐소생술을 진행해야 한다.
다음은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가 밝힌 심폐소생술 단계다.
1) 환자의 양쪽 어깨를 두드리며 의식 확인
2) 주변 사람에게 도움 및 119 신고 요청
3) 가슴뼈의 아래쪽 1/2 중앙에 손바닥을 겹쳐 올리고 흉부압박점 찾기
4) 분당 100~120회 속도로, 약 5cm 깊이로 가슴 압박하기
5) 환자의 코를 잡아 막고 1초씩 2회 인공호흡 시행하기
6) 구급 대원이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30회의 가슴 압박과 2회의 인공호흡 반복 실시
만약 넘어져 부상을 입었거나 관절 통증 등이 심해져 걷기 어려운 경우에는 얼음이나 차가운 물을 대 손상 부위를 차갑게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 열감이 느껴지면서 통증 부위가 부어오르는 경우에는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위치시켜야 한다. 만약 골절 등의 부상을 입은 경우에는 부목을 대 골절 부위가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하는 것이 좋다.
장시간의 산행에 지쳐 탈진했다면 휴식과 더불어 당분과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이때 알코올 섭취는 금물이다. 반사 신경과 운동신경이 평소보다 떨어져 실족 사고 등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지는 데다, 혈압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심정지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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