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은 22일 발표한 키노트 발표를 통해 이른바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Intel Foundry Services (IFS))를 출범시키는 것을 공식화했다.(첫 번째 그림 참조) 특히 인텔은 IFS를 통해 앞으로 AI 칩 제조사로서의 포지션을 가져갈 것임도 명확하게 천명했는데, 이는 사실 이미 3년 전, 인텔 언리쉬드 이벤트에서 그들이 살짝 흘린 이야기이기도 하다.
종합반도체 제조 업체로서 인텔의 위상은 인텔의 아버지이자 창업자인 고든 무어 박사의 이름을 딴 '무어의 법칙' 그 자체를 거의 한 세대 넘는 시간 동안 장구하게 지배해 온 기업이라는 것만 봐도 사실 두말할 필요는 없다. 10년 전만 해도 intel inside는 첨단의 상징이었다. 그렇지만 무어의 법칙이 2010년대 들어 경제성의 한계와 패터닝 기술의 한계를 동시에 맞닥뜨리면서, 사실상 정체 구간에 진입하게 된 것과 같은 궤를 타면서 인텔의 위상도 점점 추락했다. 인텔이 2010년대 들어 계속 헤매게 된 이유 중 하나는 IT 시장이 모바일로, 그리고 AI로 변화하는 모멘텀을 제대로 캐치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크고, 다른 이유로는 종합반도체 제조 업체로서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쉽게 탈피하지 못한 것도 있다. 그랬던 인텔이 이제 10년이 넘는 긴 터널을 지나, 파운드리 사업부를 정말 분리하여 서비스 기업의 포지션을 가져가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기업 분리 선언이 아니라, TSMC 같은 고객사 중심의 파운드리 서비스를 수행하겠다는 출사표이기도 하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종합반도체 업체로서의 자존심과 정체성을 모두 벗어던진 셈이다.
이는 마치 삼성전자가 마침내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리하여 삼성 파운드리 서비스 (SFS)를 만들고, 이를 철저하게 고객사를 위한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선언하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삼성전자는 현재로서는 그럴 계획이 없다.). 삼성 파운드리는 그간 퀄컴 AP칩도 만들었고, 구글 칩도 만들어 봤으며, 최근에는 일본의 Preferred Network NPU 칩 위탁 제조 물량도 2 나노 공정으로 만들겠다며 인수했으니, 파운드리 서비스 어쨌든 제대로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일견 생각할 수도 있으나, 삼성 파운드리는 엄연히 독립된 조직이 아닌, 삼성전자의 하위 사업부일 뿐이다. 언제든 삼성 내부의 물량이 급하면 삼성전자 주문에게 우선권을 주어야 한다. 또한 삼성 메모리사업부가 원하면 공정 자산이나 전문 인력 상당수를 메모리에 양보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인텔이 선언한 IFS는 좀 궤가 다르다. 인텔은 최고 경영진이 직접 IFS의 내부, 외부 채널이 분리되어 있음을 키노트에서도 명확하게 이야기했으며, 이는 인텔의 CPU나 다른 로직칩 제조 물량이 급해도, 외부 채널을 끌어다 쓰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특히 외부 채널의 캐파를 보장하기 위해 이 채널을 둘러싼 SCM을 따로 구축하는 것도 이야기했는데, 이는 정말 IFS가 TSMC 같은 철저한 파운드리 서비스에 전념할 준비가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내부 채널 캐파는 따로 있기 때문에, 사실 TSMC와 정확히 같은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폐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텔 입장에서는 내-외부 채널을 분리한 것만으로도 큰 변화를 만든 셈이다. 인텔 제품 생산 라인과 외부 고객 생산 라인이 분리되어 있어야 진짜 파운드리 서비스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사실 파운드리 산업의 특징을 제대로 이해 못 하면 이것이 좀 헷갈릴 수 있다. 비유하자면 이렇다. 음식점을 하는 어떤 집이 있다고 치자. 이 음식점이 음식 만들 재료와 도구를 자기네 식구들 혹은 직원들이 먹을 것과 고객들에게 대접할 것을 분리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가? 가족들 입맛에 맞게 조리되던 음식을 적당히 덜어서 급한 손님에게 대접하거나, 손님이 오더라도 가족들이 배고프면 가족들이 먼저 음식을 먹는 일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이러면 가족들은 행복할 수 있을지 모르나, 음식을 손님에게 팔아서 생계를 유지한다는 본연의 목적에는 충실해질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가족은 결국 한정된 인원이며 돈을 내지 않는데, 손님은 훨씬 다양하고 많고 무엇보다 돈을 내고 음식을 사 먹기 때문에, 손님 입장에서는 음식점 사람들이 집에서 먹던 것 같은 음식에 굳이 돈을 내고 따로 먹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더구나 만약 손님들이 어떤 레시피를 가지고 와서 이대로만 만들어 주면 돈은 얼마든지 줄 것이고, 심지어 전용 재료와 도구도 일부 협력할 수 있다고 제안할 때, 만약 그 음식점이 그것을 이용하여 오히려 가족들의 음식을 만들거나, 심지어 다른 손님에게 더 비싼 값으로 그 레시피대로 만든 음식을 판다면, 그 음식점은 신뢰도가 바닥을 치게 될 것이다. 결국 인기가 없어져 별로 찾지 않는 음식점이 될 것이다.
파운드리 위탁 생산과 자사의 제품을 동시에 만든다는 방식의 맹점이 여기에 있다. 파운드리를 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위탁 제조를 한다는 것이고, 그래서 팹리스 업체들의 노하우와 기업 기밀이 담긴 설계가 일정 수준 공유될 수밖에 없다. 파운드리만 하는 TSMC는 자사의 브랜드를 달고 있는 칩을 따로 만들어 시장에 공급하지 않으니 상관없지만, 삼성이나 인텔 같은 IDA는 사정이 다르다. 퀄컴이 스냅드래곤 제조를 삼성 파운드리에 맡길 수 있지만, 삼성은 한편으로는 동시에 엑시노스를 만들 수 있는데, 공교롭게도 두 칩은 안드로이드 AP 시장에서 정확히 오버랩된다. 퀄컴 입장에서는 찜찜할 수밖에 없다. 삼성이 AI칩을 만들겠다고 공식 천명했지만, 이는 동시에 AI칩에서 경쟁할 수도 있는 엔비디아로 하여금 삼성 파운드리를 더더욱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인텔은 이러한 파운드리-자체제조 혼합에 따른 맹점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내-외부 채널을 분리하겠다는 선언으로만 그친 것이 아니라, 아예 철저하게 캐파, 공정, 도구, 자산, 라이브러리, 그리고 IP에 이르는 SCM 전 분야를 분리하겠다는 이야기까지 한 것이다. 물론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고객사가 과연 얼마나 될지는 두고 봐야 하지만, 실제로 인텔이 고객사와 겹치지 않는 영역을 따로 추구하는 것은 그들이 만드는 제품의 시장과 캐파를 시간에 따라 추적하면 답이 나오기 때문에, 이를 놓고 굳이 회사의 브랜드가치와 신인도를 건 도박을 벌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인텔이 이렇게까지 독립적인 IFS를 선언하면서 파운드리 시장에 진입하려고 하는 것은 사실상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반도체, 그중에서도 시스템반도체는 이제 각국이 경쟁적으로 AI 컴퓨팅 하드웨어의 총아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설계만큼이나 제조가 bottleneck이 된다. 현재로서는 LLM이든, 트랜스포머든, 대형 AI 학습 모델을 지원할 수 있는 AI 가속 전용 하드웨어+고대역폭 메모리 조합을 최적화하여 양산할 수 있는 회사는 소수에 불과하다. TSMC, 삼성전자 정도이고, 그나마 삼성은 엔비디아 H100 같은 GPU와 compatible 한 HBM3, HBM3 E (엔비디아와의 주 파트너는 SK하이닉스) 마저도 제대로 못 만들고 있기 때문에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투자자들은 AI 전용 칩 설계에 뛰어난 팹리스만큼이나, 그 팹리스가 어떤 파운드리 혹은 패키징 혹은 메모리 연합과 연계되어 예정된 타이밍에 맞게 예정된 캐파로 칩을 만들 것인지에 대해 늘 주목한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재 chip making은 수요보다 공급이 달리고 있는 상황이고, 공급 측은 이 시장이 과열된 시장일지, 아니면 계속 ever-growing, ever-pumping 하는 시장일지 확신이 잘 안 서는 상황에서 유례없는 규모의 CAPEX를 집행하기 망설이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은 동아시아에 쏠려 있는 첨단 chip 제조 과점 상황을 타개하는 것이 국익 결정의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수준으로까지 보고 있는 상황인데, 정작 미국에서는 TSMC나 삼성 파운드리, 하이닉스나 ASE 정도에 버금가는 전공정-후공정-첨단 메모리 생산 가능한 조합이 현재로서는 없다. 미국이 바라보는 답은 돌고 돌아 전통의 강자이자, 대마불사가 될 수밖에 없는 인텔 외에는 없다. 인텔 역시 이 상황이 가져오는 국제정치 변동 상황, 국익 우선, 기정학적 구도를 제일 잘 이해하고 있고, 그래서 지금 물이 들어왔다고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인텔이 노리는 것 중 하나는, 2022년의 칩스 법안에서 규정된 미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 및 R&D 시설 확충, 신설, 업그레이드에 대한 미 상무부 (마침 이 키노트 행사에 미 상무부 러몬도 장관도 참석하여 발표했다.)의 보조금이며, 최소 60억 달러에서 최대 200억 달러까지도 이 보조금을 기대하고 있다. 이미 또 다른 미국의 파운드리인 글로벌 파운드리(GF)가 칩스 법안의 보조금 15억 달러를 받아 공정 업그레이드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인텔이 기대하고 있는 보조금 수준은 전혀 비현실적이지 않다. 오히려 인텔은 미 상무부를 더 재촉하여 보조금 지급 시기와 규모를 더욱 공격적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행사에 참석한 미 상무부 러몬도 장관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인텔이 2024년 초부터 IFS를 필두로 내세우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을 공략하려는 이유는 또 있다. 앞서 언급했듯, AI 칩 제조는 현재 파운드리+메모리+후공정 분야가 병목 현상으로 작용하고 있고, 이는 현재 제일 잘 나가는 엔비디아 같은 기업 입장에서도 사실 장기적 관점에서는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칩을 달라는 고객은 밀려 있는데, 정작 제조하는 속도는 한정적이고, 그나마도 서플라이체인이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 있는 데다가, 가장 중요한 파트너인 TSMC는 언제 대만해협을 둘러싼 양안 간 지정학적 위기의 증폭으로 인해 공급망 변동성의 희생양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TSMC가 애리조나 피닉스에 건설 중인 7 나노 파운드리 팹은 준공 예정 시기가 계속 뒤로 밀리고 있고, 설사 조만간 준공된다고 하더라도 시작은 7 나노이기 때문에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사실 현재로서는 향후 AI칩 제조 로드맵 상에서는 효용 가치가 거의 없다. 설사 TSMC의 애리조나 팹이 5 나노로 변경된다고 하더라도, 이 팹의 공정 원가 수준은 대만 타이중 팹 원가의 최소 1.5배 이상, 최대 2배 이상이 되는 것은 확실하기 때문에, 원가 통제 맥락에서도 애리조나 팹은 미국 정부의 對 TSMC 보조금이 확실히 증강되지 않으면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 사실 작년에 미국 정부의 압박으로 인해, TSMC는 애리조나에 제2 공장을 짓겠다는 이야기를 꺼낸 적도 있으나, 오히려 이번에는 일본 정부가 발 빠르게 TSMC가 계획하는 구마모토 제2 공장에 대해 무려 6조 5천억 원 정도의 지원금을 약속하면서 TSMC의 해외 팹 중, 구마모토 팹이 사상 최초로 sub 5 nm 팹이 되는 것은 거의 확실해지고 있을 정도다. 이미 일본 정부는 TSMC가 인수한 구 구마모토 소니팹 (구마모토 1 팹)을 지원하기 위해 지금까지 4년 간 직간접적으로 2조 원 가까운 지원을 한 바 있다. 이제 구마모토 2 팹의 상징성 (즉, 일본 최초의 sub 5 나노 팹)을 생각하여, 팹의 규모 확장과 공정 세대 업그레이드를 위해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정도의 지원금을 약속한 것이다. 아마 이는 일본 정부가 자국이 아닌 해외 기업에게 해 준 사상 최대 규모의 지원금일 것이다. 그만큼 일본은 자국의 반도체 생태계 복구에 절실한 상황이다.
이렇게 TSMC의 미국 현지 팹이 충분한 node와 캐파, 그리고 원가 경쟁력에 이르지 못할 것임이 점점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 일본에 대한 첨단 파운드리 팹 우회 투자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수많은 미국 팹리스 회사들은 고민이 많다. 여전히 TSMC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삼성 파운드리와는 IP와 노하우 문제로 인해 연결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상무부의 보조금과 미국 내에서의 생산에 따른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미국 국적의 파운드리가 미국 본토에서 대량으로, 그것도 최신 노드로 돌아간다면 그 어떤 팹리스가 발길을 돌리지 않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 인텔이 IFS를 내세우며 출사표를 낸 복안 중 하나일 것이다.
이러한 인텔의 복안에는 사실 몇 가지 주목해야 할 가정이 깔려 있다. 일단 인텔이 계획이 성립하려면 미 상무부의 보조금이 거의 화수분처럼 나와야 한다. 그렇지만 사실 상무부가 바이든 정권 말기까지 자국의 반도체 업체들에게 뿌릴 수 있는 보조금은 현재로서는 채 400억 달러가 되지 않는다.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이 제2의 칩스 법안이 필요하다고 발표장에서 주장한 것도 사실 이러한 맥락의 연장선 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제2의 칩스 법안은 고사하고, 최초의 칩스 법안 보조금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 보조금은 사실 인텔 혼자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나마 다 현금성도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사실상 인텔이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은 맥스 200억 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이며, 그나마도 투자에 따른 법인세 감면 혜택이 포함된 것이므로, 인텔이 직접적으로 자본을 조달하는 과정에서의 혜택은 한정적이다. 200억 달러 정도면 크다면 크다 할 수 있는 자본이지만, 최근의 첨단 파운드리 팹 신설 비용 측면에서는 사실 충분한 자금은 아니다. 인텔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분명 신규 팹을 건설할 수준은 되겠지만, 인텔도 현재 가용한 현금 수준이 그런 팹을 메가 팹으로 운용할 수준은 되지 않는다. 2020년대 이후, 서버 시장이 별로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상무부의 보조금을 전액 다 끌어온다고 해도, 1기 칩스 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인텔이 찜찜하게 여겨야 하는 가정은 또 있다. 인텔이 내심 기대하는 것은 미 정부의 칩스 보조금이 제조사뿐만 아니라, 팹리스-파운드리 사이에 존재하는 생태계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인데, 사실 그렇게 보조금이 팹리스, 장비사, 디자인하우스로 간다고 하더라도, 사실 높아질 대로 높아진 미국 물가를 생각하면 보조금은 턱없이 부족하다. 미국 팹리스 입장에서는 여전히 대만에서 칩을 만드는 것이 여러모로 경제적 유리함을 보장하며, 칩을 만들어 본 경험이나 캐파 측면에서도 TSMC가 가지고 있는 경험과 강력함을 무시할 수 없다. 사실 인텔은 이러한 경험이나 캐파를 아직 제대로 고객 사에게 증명한 적이 없다.
인텔이 하고 있는 가정 중 찜찜한 부분은 사실 따로 있다. 자본 조달도 자본 조달이고, 보조금도 보조금이지만, 인텔의 함정은 1세대 EUV를 사실상 건너뛰고 있다는 것이다. 인텔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TSMC나 삼성에 비해, sub 10 nm 전공정, 특히 패터닝 분야 관련해서 양산 기준으로는 시차가 꽤 난다. 즉, 많이 뒤져 있다. 이는 인텔이 10 나노 공정에서 삽질을 수년간 반복한 것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텔이 추구한 패터닝 로드맵에 EUV 도입이 적극 포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텔은 지금까지는 계속 FINFET 위주의 멀티패터닝 고도화, 아나모픽 광학 기반 광경로 제어 등의 기술 고도화에 집중해 왔으며, 이는 EUV 없이 할 수 있는 극한까지 간 셈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마치 작년 하반기에 시장에 공개된 화웨이의 스마트폰 mate 60s에 들어가는 AP칩을 만든 중국의 파운드리 SMIC가 따라 한 구 TSMC 7 나노 공정인 FF+를 연상케 하는 부분이다. SMIC의 구 TSMC FF+, FFF 공정은 DUV SADP로서, 대략 60-70개 정도의 유닛 공정을 반복하는 방식인데, LELE를 반복하는 것은 결국 수율 관리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방식이다. 각 유닛 공정은 아무리 수율 관리를 열심히 한다고 해도, 유닛 공정의 개수가 늘어나면 그 수율은 곱하기가 되어 결국 지수함수 법칙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텔은 왜 1세대 EUV를 사실상 건너뛴 것인가. 사실 인텔도 EUV 스캐너를 도입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기록에 따르면 TSMC나 삼성만큼은 아니더라도, 세계에서 세 번째로 EUV 스캐너를 제일 많이 도입하고 있는 회사도 인텔이다. 2020년에 3대, 2021년에 3대, 2022년에 6대, 2023년에 6대를 도입했다. 그렇지만 2020, 2021년에 도입한 것은 R&D 용, 시험생산 용이자, 공정 안정화 용이라고 봐야 하고, 22년부터 도입된 것이 실제 양산에 도입된 NXE 시리즈라고 봐야 한다. R&D 단계의 EUV 리소그래피가 양산으로 이어지려면 최소 3년 정도의 공정 안정 시간이 필요한데, 이는 리소그래피 공정 자체의 안정화에 필요한 시간보다는, 스캐너의 개조와 구조 변경에 들어가는 시간이 그만큼 더 들어가기 때문이다. 몇 번 언급했지만, EUV 리소그래피는 지금까지 쓰여온 리소그래피 방식과 전혀 다른 궤도로 가는, 사실상 미완성 기술이다. 물론 충분히 광원의 품질과 광학 제어는 가능한 수준까지는 왔지만, 정작 웨이퍼 위에서 벌어지는 물리에 대해서는 여전히 다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래서 제어에도 한계가 있다. 반사율을 아무리 높여도, DBR의 반사도는 75%를 넘기기 어려우며, 제대로 된 팰리클이나 블랭크 마스크도 확실하지 않다. 애초에 1세대 EUV 도입 자체가 베타테스터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사실 이는 큰 도박에 가까웠고, 그래서 EUV를 파운드리는 물론, DRAM 양산에도 가장 먼저 투입한 삼성전자는 실제로 상당한 고생과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인텔도 1세대 EUV를 2019년 최초 도입 이후, 3년 정도 R&D 테스트를 거듭했는데, 그 결과물로 최초 양산 레벨에서 출시된 것이 2023년 말에 출시된 메테오레이크다. 그렇지만 그 공정 (인텔 4 공정) 수준은 TSMC나 삼성 파운드리의 3 나노 양산 공정에는 미치지 못하며, 실제로 벤치마크에서도 구세대 CPU보다 클럭 성능은 물론 전성비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오기도 했다.(두 번째 첨부 그림 참조) 물론 10 나노 이하 공정에서 헤매던 인텔 입장에서 어쨌든 EUV를 이용한 양산 레벨 로직칩을 선보인 것은 큰 진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으며, 이는 인텔이 IFS라는 출사표를 세상에 공개하게 만든 기반 중 하나가 되었음에도 틀림이 없다.
문제는 인텔의 EUV 경험은 TSMC나 삼성 파운드리에 비해 여전히 일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시 EUV 보유 대수로 넘어오면, 지금까지 누적 1세대 EUV 스캐너 보유 대수만 놓고 비교해 봤을 때, 2023년 말 기준, TSMC 115대 내외, 삼성 65대 내외임에 반해, 인텔은 20대 내외다. 대략 5-6대 정도가 연구 용으로 쓰이는 것을 감안하면 TSMC는 110 대 이상이 양산 투입 가능하고, 삼성은 60대 이상이 투입 가능한데, 인텔은 15대 내외다. TSMC의 1/7, 삼성의 1/4 수준이다. 더구나, 인텔은 여전히 내부 캐파에 파운드리를 할당해야 하므로, 외부 고객에게 개방 가능한 EUV 캐파는 다시 절반 정도로 봐야 하므로, TSMC의 1/14 정도다. 물론 삼성도 EUV를 자사 제품이나 메모리 생산에 할당하므로 인텔과 삼성의 비율은 큰 변동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TSMC 기준으로 본다면, 그리고 EUV 보유 대수만 놓고 본다면, 인텔은 IFS의 외부 채널을 풀 개방 한다고 해도 TSMC와 직접적인 경쟁을 하기는 어렵다. 기술과 캐파 양면에서 그렇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인텔이 꺼내든 강수는 다름 아닌 2세대 EUV 리소그래피 입도선매다. 사실 2세대 EUV는 제작사인 ASML 마저도 여전히 불확실의 영역에 있다고 보고 있는 상황인데, 1세대 EUV에서도 해결 안 된 EUV 광학 문제가 2세대에서는 더욱 불거질 것이기 때문이다. 1세대와 2세대의 가장 큰 차이는 Numerical Aperture (NA) 값 차이다. 1세대는 0.33 NA를, 2세대는 0.55 NA를 쓴다. NA값이 오르면 정확히 물리적 패터닝 해상도는 비례하여 강력해진다. 예를 들어 15 나노미터 half pitch 만들 수 있는 해상도가 9 나노미터로 줄어들 수 있다. 해상도가 강력해지면 트랜지스터 집적도는 제곱하여 늘어날 수 있다. 즉, 0.55 NA 리소그래피는 0.33 NA 리소그래피보다 이론적으로는 트랜지스터 집적도를 2.8배 가까이 증강시킬 수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것이다. NA를 늘리기 위해서는 beam distance가 더 가까워져야 한다. 즉, focal depth가 더 얕아져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1세대 때 쓰던 PR 박막의 두께도 그만큼 더 얇아져야 하고, 심지어는 10 나노미터 두께까지도 얇아져야 할 수도 있다. 박막은 얇을수록 퀄리티 컨트롤이 어려운데, 특히 표면 거칠기 정밀도에 훨씬 민감해진다. mask 나 팰리 클 proximity도 얕아져야 한다. 또한 입사 EUV photon의 stochastic effect가 더 커지면서, 얇은 PR 안에서의 secondary electron generation 확률은 그만큼 더 커지고, 따라서 pattern 선예도는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1세대 때 간신히 만들어 놓은 소재-공정-광학 파리미터는 다 갈아엎어야 한다. 남는 것은 1세대 EUV를 운용하면서 쌓인 노하우뿐이다.
그런데 그 노하우가 정말 중요하다. 삼성전자가 어찌 보면 TSMC나 인텔에 비해 그나마 우위에 있는 것이 바로 이 노하우일 것이다. TSMC나 인텔은 DRAM 같은 트랜지스터 고집적 범용 반도체 양산에 EUV를 적용해 본 경험이 없다. 삼성은 평택 P1 팹에서부터 1 anm DRAM 제조에 EUV를 적용했는데, 이는 초기부터 대실패에 가까웠고, 원가를 치솟게 만들면서 수율을 극악으로 만드는 주원인이 되었다. 삼성이 도입한 상당수의 초기 EUV는 이 과정에서 갈려 들어갔고, DRAM에 갈려 들어간 EUV 중에, 현재 파운드리에 투입될 EUV는 하나도 없다고 봐야 한다. 이는 삼성의 대삽질처럼 보이기도 하나, 사실 이 과정에서 삼성에게 누적된 몇 가지 노하우는 있다. 가장 큰 노하우는 EUV 광학을 조금이나마 더 이해하게 된 것, 그리고 소재 관점에서부터 EUV physics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된 것일 것이다. 이는 2세대로 바뀌는 과정에서 더 강력한 포인트가 된다. 소재와 공정, 광학의 펀더멘탈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후보 물질이나 공정 파라미터는 다 바뀌어야 하겠지만, 적어도 그 바닥에 깔린 펀더멘탈은 그대로 가지고 갈 수 있다. 삼성이 이렇게 힘들게 쌓은 노하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혹은 그러한 노하우를 보유한 전문 인력을 경쟁사에게 뺏긴다면 정말 타격이 클 것이다.
인텔에게 부족한 점은 바로 이것이다. 인텔은 2023년 말에야 겨우 EUV 기반 로직 칩을 선보일 정도로 양산 경험이 충분히 축적된 상황이 아니다. 그나마도 그 이점을 충분히 활용했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단순한 벤치마크 점수 상으로도 그렇지만, 양산 캐파와 트랜지스터 집적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러 chip을 같은 다이에 integration 하는 과정에서 EUV의 본래 목적은 많이 희석되었기 때문에, EUV만의 강점을 제대로 살리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텔은 파운드리 시장 구도를 바꾸겠다며 과감한 승부를 던진 것이고, 그 승부수는 무려 2세대 EUV 입도선매다.
2세대 EUV는 1세대에 비해 더 다루기도 까다롭지만, 무엇보다도 너무 비싸다는 것이 큰 문제다. 스펙 별로 가격은 차이나지만, EXE:5x00 스캐너는 4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인텔은 이 장비를 연간 5-6대씩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생산되는 대로 족족 들여오겠다는 뜻이다. 인텔 입장에서는 EUV 장비에만 연간 20-25억 달러를 쓴다는 것이고, 이는 1세대 EUV와 비교하면 4배 이상의 비용을 쓰는 것이다. 2세대의 문제는 또 있다. 워낙 photon energy density와 high NA 문제가 겹쳐 있다 보니, 월간 웨이퍼 생산량도 1세대에 미치지 못할 것임은 확실하다. 2/3 이하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텔이 1세대 EUV와 비슷한 스펙을 만들려면 2세대 장비를 1세대의 1.5배 이상 더 도입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는 비용적 측면에서나, 관리의 측면에서나 상당한 무리수다. 무엇보다도 2세대 EUV는 양산 과정에서 아무것도 검증된 것이 없다. 실제 수율이 얼마나 나올지, high NA에 버틸만한 충분한 EUV 생태계 (소재-공정-마스크-팰리 클)이 확실한 지조차 장담할 수 없다. 전문가들의 예상은 갈리지만, 한 가지 공통적인 전망은 2세대 EUV는 1세대보다 훨씬 수율이 안 좋을 것이라는 점과, 2세대 EUV가 양산 레벨로 들어갈 수 있는 시점도 예상보다 훨씬 늦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ASML은 최근 발표한 로드맵 상에서 2026-2027년 정도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제로 양산 레벨에서 쓸만한 수율이 나오는 것은 그보다 더 뒤인 2030년 이후가 될 수도 있다. 인텔 입장에서 매년 20-25억 달러씩 잡아먹는 2세대 EUV가 실제로 이익을 뽑아내는 데까지 적어도 6년 정도가 더 걸린다면 120-150억 달러는 그냥 매몰 비용으로 날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 비용은 그 기간 동안 고스란히 CAPEX에 반영되며, 그래서 공정 원가를 치솟게 만드는 주범이 된다.
인텔이 IFS를 출범시키며 내심 기대하는 부분은 2세대 EUV에서 TSMC나 삼성을 대역전하는 것일 것이며, 혼자만의 힘으로 부족할 것이니 미 상무부의 지원도 받고, 칩스 법도 연장되게 만드는 것에 주력할 수 있겠지만, 그 부분도 불확실 요소가 가득하다. 무엇보다 칩스 법은 바이든 정권의 대표 업적이고, 연말에 미 대선에 바이든이 재집권에 실패하면 제2의 칩스 법안은 언감생심, 그나마 있던 칩스 법안마저도 유명무실화될 수 있다. 인텔이 칩스 법 연장에 올인하여 신규 팹 확장에 자본을 쏟아부으면 칩스 법이 중단된다고 해도, 인텔로서는 매몰 비용을 버릴 수 없어, 결국 계속 투자를 해야 하는데, 이는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인텔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텔 입장에서는 파운드리의 현 양강 구도는 3강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충분히 높다고 판단할 수는 있다. 반도체 업계는 대개 초기에는 춘추전국시대로 시작했다가 하나둘씩 합종연횡, 부도, 치킨게임의 참혹한 역사가 반복되면서 3강 구도로 정착하게 된다. 현재의 DRAM 시장 구도가 대표적인 사례이며, 낸드 플래시도 결국 이 구도를 따라가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10 나노 이하급 파운드리가 과연 3강 구도로 갈지 여부는 확정할 수 없으나, TSMC의 가장 뼈아픈 지정학적 문제, 삼성 파운드리의 반쪽짜리 생태계 문제라는 고유의 문제를 생각한다면, 인텔 파운드리에게는 지정학적 이슈나 반쪽 생태계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장점을 십분 활용하여, 그 구도를 변동시킬 모멘텀을 확보할 수는 있을 것이다. 관건은 그렇게 되기까지 충분히 자금력이 버텨줄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인텔은 속마음에서 그렇지 않다고 외치고 있을 것이다.
인텔이 전통적으로 수익을 거두는 분야는 B2B 시장이다. 그렇지만 이제 많은 IT 기업들은 단순한 iGPU나 CPU에만 관심을 갖지 않는다. 많은 기업들은 강력한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고 싶어 하며, 자체적인 AI 칩을 갖고 싶어 한다. 데이터 센터 용 DPU, AI용 NPU나 GPU로 칩 수요가 다변화되는데, 이는 인텔이 그간 추구해 온 방향과는 잘 맞지 않는다. 그래서 IFS를 출범시킨 것이기도 하겠지만, 이 방향이 한 번에 바뀌기는 어렵다. 인텔은 IFS에서 AI칩을 직접 제조하겠다는 의지를 표했으나, 이는 단순히 전공정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며, 강력한 패키징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엔비디아가 주력하는 전용 고성능 메모리 확보와 동시 설계 (DTCO)가 병행되어야 하는데, 인텔은 그 부분에 대한 복안이 없다. 인텔이 그나마 HBM을 할 수 있는 마이크론을 파트너 삼아서 엔비디아-하이닉스 같은 연합 전선을 구축할 수 있겠지만, 마이크론도 EUV 경험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여서 제코가 석자다. 더구나 마이크론 입장에서 현재로서는 엔비디아 세컨드 벤더가 되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인텔은 IFS를 출범시키며 2030년까지 세계 2 위급 파운드리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큰 변동이 없다면 2030년에도 글로벌 파운드리 업계 1위는 여전히 TSMC이겠지만, 인텔은 이제 2위였던 삼성을 제치고 2위 자리를 굳히겠다는 것을 밝힌 셈이다. 인텔은 그간의 제조 기반이 충분히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며, 전력원도 신재생에너지로 조달하고, 대용량 산업 용수도 미국 국내에서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음에 자신감을 보이면서 이 계획이 충분히 실현 가능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핵심이 되는 기술, 특히 전공정 패터닝 과정에서의 커다란 불확실성에 대한 청사진은 찾기 어렵다. 인텔은 그간의 로드맵에 따라, '인텔 3' 공정 이후, 본격적으로 옹스트롬 공정(인텔 A 공정)을 논하게 될 것인데, 실제로 20A 공정은 올해 연말쯤, 18A 공정은 2026년-2027년 사이에 들어오게 된다. 이 옹스트롬 공정의 성패는 EUV, 그것도 인텔이 사실상 올인하고 있는 2세대 high NA EUV에 달려있는데, 인텔에게 2세대 EUV 광학을 제대로 공정 레벨에서 다룰 수 있다는 데이터를 찾기는 아직 어렵다. 인텔은 이미 20A 공정을 원하는 주 고객이 MS의 AI 칩이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지만, MS가 아니라 엔비디아, 메타, 구글, 그 어떤 고객이 와도, 수율이 한 자리 수로 예상되는 공정에 칩을 맡겨 칩의 원가를 무지막지하게 올리는 시나리오에 계속 동참하겠다는 고객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내가 만약 인텔의 C레벨 임원이라면, 지금이라도 IFS의 중점을 옹스트롬 공정을 주도하는 2세대 EUV에만 두지 않고, 1세대 EUV 확보 총력 및 공정 안정화, 캐파 확대에 분산시킬 것이다. 그래서 어쨌든 양산에 들어온 인텔 7, 4, 3 공정의 수율을 훨씬 높이고, 레거시 공정 (인텔 12 공정 등)도 확대하여 파운드리 비즈니스를 탑레벨부터 바텀까지 제대로 꾸려갈 것이다. 이는 TSMC나 삼성이 상대적으로 소홀해지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기 때문에, 인텔이 파운드리를 제대로 정착시키는 과정에서는 차라리 이러한 우회 전략이 더 먹힐 것이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 현재 중국의 SMIC를 비롯하여 많은 파운드리들이 10 나노 이하급으로 가기 위한 기술에 제재를 당하고 있는 상황이라, 거대한 투자를 앞세워 오히려 10 나노 이상급의 레거시 파운드리 점유율을 올리고 있는데, 첨단 AI 칩은 sub 10 nm 공정 파운드리가 핵심일지 몰라도, 다른 주변부 산업 전용 칩은 여전히 레거시 파운드리만으로 충분하므로 중국 파운드리의 지배력은 마치 high-low 게임에서 low를 다 먹는 선수가 되는 방향으로 확대될 것임은 지금으로서는 확실하다. 인텔은 차라리 이 영역에서부터 미국 팹리스 기업들, 기존 전통 산업 회사들로 하여금, 자사의 레거시 파운드리 생태계에 들어오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경험을 누적시키면서 라이브러리 확장하고, 인력 양성하여 1세대 EUV 공정 정착시키고, 수익 누적시켜 2세대 들어가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것이다. 그렇게 시간을 벌면서 올해 연말 대선 경과에 대한 대응 태세를 갖출 수도 있고, 과도한 자본 집행에 따른 현금 흐름 경색에 의한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인텔의 경영자들도 이러한 생각을 충분히 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결국 그들은 지금 상황이 모 아니면 도라는 판단을 한 것 같고, 찔끔찔끔 포트폴리오 베팅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파운드리 2위 등극에 올인을 하게 되었다.
한국 입장, 특히 삼성 파운드리 입장에서는 인텔의 공격적 투자와 기술 추진 방식에 충격을 받을 수도 있지만, 결국 일단 그저 하던 대로 계속하면서 계속 기술 설루션 선점을 하고,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 밖에 없다. DRAM와 파운드리에서 계속 수율을 안정화하여 어쨌든 고객사에게 공정 stability를 유지할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하고, 수율뿐만 아니라 캐파도 충분히 경쟁력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계속 고객사를 늘려서 생태계를 확장해야 하고, 북미, 대만, 일본, 유럽에 각각 대표적인 디자인하우스를 몇 군데 두어서 본격적으로 AI에 투자하려는 후발 주자들의 투자와 물량을 끌어 와야 한다. 메모리에서 삽질한 보람을 활용하려면, 지금이라도 HBM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하고, DRAM 같은 메모리도 같이 한다는 삼성 고유의 장점을 누리려면 메모리와 파운드리만 공유하여 integrate 하면서 쓸 수 있는 라인을 따로 뽑아야 한다. 거기에 advanced packing 제대로 할 수 있는 후공정 따로 뽑아야 한다.
글로벌 파운드리 업계는 지금의 양강 혹은 인텔이 가세한 3강 구도로 갈 수 있으나, 관건은 누구도 가본 적 없는 terra incognita인 high NA에서, 사실상 soft X-ray에 가까운 EUV photon의 지랄 맞음을 정면으로 제어하는 것일 것이다. 세 회사 중, 고체물리와 광학, 광화학반응 전용 신소재, 그리고 양자물리에 가장 강력한 맨파워를 보유한 회사가 결국 돌파구를 찾을 것이다. AI칩의 광풍은 어느 날 갑자기 신기루처럼 꺼질 수도 있으나, 결국 인류는 계속 진보하기 위해서라도 당분간 실리콘을 계속 쪼개고 또 쪼갤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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