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들이 슈퍼히어로와 같은 가상의 자아를 설정하고 행동할 때, 자기 통제력과 인내력이 20% 이상 향상되는 현상을 ‘배트맨 효과(The Batman Effect)’라고 한다. 2017년 국제학술지 ‘Child Development(아동 발달)’에 이와 관련된 연구결과가 게재되면서 해외에서는 아이들의 집중력과 자기 통제력, 인내력을 키워줄 수 있는 비결로 꾸준히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의 육아·보육 환경은 실험 현장과 다르기 때문에 실제 가정이나 보육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배트맨 효과를 적용할 때 부정적인 영향이나 주의사항은 없을지 보다 섬세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배트맨 효과가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고, 부모나 보육교사가 어떻게 해야 역효과 없이 긍정적인 영향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함께 꼼꼼하게 짚어봤다.
1. ‘나’보다 인내력이 23% 높은 ‘내 안의 배트맨’
‘배트맨 효과’는 자신의 상황을 제3자의 시점에서 바라볼 때 더 이성적이고 침착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심리학의 ‘자기 거리 두기(Self-distancing)’ 기법에서 파생된 개념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진행한 심리학 연구에서 어린아이가 ‘배트맨’이라고 상상하면 실제로 더 인내심 있게 행동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팀은 4세와 6세 아동 180명을 대상으로, 지루한 과제를 얼마나 잘 버텨내는지를 실험했다.
아이들은 세 그룹으로 나뉘었다. 첫 번째는 자신을 ‘나’라고 생각하는 1인칭 그룹, 두 번째는 자신을 3인칭 관점에서 본인 이름을 부르며 행동하는 3인칭 그룹, 세 번째는 ‘배트맨’ 같은 히어로 캐릭터로 변장해 자신을 ‘배트맨’이라고 상상하는 그룹이었다. 특히 배트맨 그룹 아이들에게는 망토 같은 소품도 지급됐다.
이들은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재미있는 게임기를 옆에 둔 채 지루한 과제를 수행해야 했다. 수행 중간에 각자 그룹 별로 ‘내가 지금 열심히 하고 있나?’, ‘OO(본인 이름)가 열심히 하고 있나?’, ‘배트맨이 열심히 하고 있나?’라고 스스로 점검하도록 유도됐다.
결과는 놀라웠다. 6세 아이들을 기준으로 했을 때,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행동한 그룹은 1인칭 그룹보다 과제를 10% 더 오래 수행했고, 배트맨 그룹은 무려 23% 더 오래 버텼다. 게임기의 유혹을 뿌리치고 주어진 임무에 집중하는 힘, 즉 자기 통제력이 배트맨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더 강화된 것이다. 배트맨이 되면 아이들은 단순히 놀이를 넘어서, 진짜로 더 인내심 있는 사람처럼 행동하게 되는 셈인데, 이 같은 효과를 ‘배트맨 효과’라고 한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배트맨 효과’가 꼭 슈퍼히어로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라고 설명한다. 우리가 닮고 싶은 이상적인 인물을 떠올리고, 그 사람처럼 행동하려는 과정 자체가 인간의 성장 과정에서 중요한 사회화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이런 사회화 과정을 통해, 특히 미취학 시기에 강하게 나타나는 ‘나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고, 자신의 욕구를 조절하면서 상황에 맞게 행동하는 방법을 배워가는 것이다.
또한, 실험에서 아이들이 특별한 보상 없이도 자기 통제력을 보여준 이유에 대해 “꼭 물질적인 보상이 없어도, 아이들은 다른 사람이 자신을 좋게 바라보는 느낌, 좋아하는 캐릭터와 닮았다고 느끼는 감정만으로도 큰 만족을 느낄 수 있다”라며 이런 긍정적인 감정이 아이들 뇌의 보상 회로를 자극해 자기 조절 능력을 높여준다고 설명했다. 즉, 아이들이 멋지다고 생각하는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자연스럽게 더 나은 행동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2. 연령대별 적용 방법은?... 발달지연 아동 등은 주의점 고려해 적용해야
1) 4~7세 미취학 아동, ‘놀이’ 형태로 접근
‘배트맨 효과’는 특히 4세에서 7세 사이 미취학 아동에게 효과가 크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억지로 무언가를 참거나 배우는 데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좋아하는 히어로를 흉내 내는 ‘놀이’ 형태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스트레스 없이 인내심과 양보심을 자연스럽게 키울 수 있다. 또, 모범적인 행동을 했을 때 주변의 긍정적인 반응은 아이들에게 큰 만족감을 주며, 이러한 감정을 통해 바람직한 행동이 내면화된다.
2) 초등생, ‘실존 인물’을 롤 모델로
초등 고학년 정도부터는 현실적인 사고력이 자라기 때문에, 실제 인물(위인, 존경하는 주변인 등)을 롤 모델로 삼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나도 커서 저 사람처럼 되고 싶어’라는 동기를 갖게 할 수 있다. 또한 ‘자기 대화(self-talk)’ 기법을 활용해, 아이가 존경하는 인물이 해줄 법한 말을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방식으로 응용하면 불안이나 스트레스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3) 중고생,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자기 고찰
중고등학생 시기에는 더 높은 수준의 사고와 자기 고찰이 가능해진다. 이 시기엔 책, 영화, 현실 이야기 속 인물을 통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다른 선택을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등 다양한 관점을 생각해 보게 한다. 이런 연습은 자기 조절 능력, 문제 해결력, 다양한 사회적 시각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준다.
4) 발달지연, ADHD 아동은 주의점 고려해서 적용
발달지연이나 ADHD 아동에게 ‘배트맨 효과’가 효과적인지에 대한 명확한 연구는 없지만,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일반적인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인 만큼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다음과 같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① 언어적 지시는 또래 아이들보다 간단하고 명확하게, 시선을 맞추고 전달할 것.
② 예측 가능한 구조와 규칙을 유지해, 역할놀이와 현실을 구분하도록 체계적으로 도와줄 것.
③ 아이의 사회성·주의력·인지 수준에 맞게 개별적으로 접근할 것.
이때 칭찬 스티커와 같은 시각적 보조자료를 활용하면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또한 의학적인 치료를 받고 있는 아동의 경우라면 주치의와 상의를 통해 준비된 계획과 구조화에 따르면서 진행하는 과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3. 부정적 인물 역할 않도록 주의해야... 지나친 개입은 효과 반감
아이들은 보통 4~5세 무렵부터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기 시작하지만, 초등 저학년까지는 여전히 그 경계가 모호할 수 있다. 산타클로스를 믿는 것처럼, 이 시기의 아이들은 역할놀이에 과하게 몰입할 수 있는데, 이때 놀이 대상이 부정적인 인물이거나 놀이가 현실에 영향을 미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현실 적응과 사회화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며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적절한 캐릭터인지 확인 필요
아이가 선택한 캐릭터가 발달 수준에 적절한지, 그 놀이가 일상생활을 방해하고 있지는 않은지 지켜봐야 한다. 캐릭터의 말과 행동이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부분은 없는지도 확인이 필요하다.
2) 지나치게 개입하지 않아야
어른이 지나치게 개입하면 아이의 자발성을 해치고 놀이의 효과도 떨어진다. 다만,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말과 행동은 미리 ‘놀이 규칙’을 정하고 경계를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3) 놀이 후 아이의 감정 들어주면 효과적
놀이 중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관찰을 우선하고, 놀이가 끝난 후 아이가 느낀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도록 돕는다. 놀이 속에서 드러난 긍정적인 행동을 칭찬해 주면 훨씬 효과적이다.
또한 역할놀이에 과도하게 몰입한 아이가 현실로 돌아오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평소 좋아하던 장소나 친구, 다른 놀이처럼 현실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자극을 활용해 스트레스 없이 일상으로 복귀하도록 돕는 것이 좋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 시기 아이들의 놀이는 학습식의 공부를 하는 것보다 더 훌륭한 발달의 도구이고 놀이를 통해 가장 효과적으로 성장하는 시기”라며 충분한 시간을 잘 노는데 써야 아이들의 뇌가 잘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미취학 아동 부모들은 아이가 충분한 놀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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