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이섬유는 장 건강을 개선해 소화를 돕고, 혈액을 깨끗하게 하는 데에 좋은 영양소라고 잘 알려져 있다. 그 때문에 채소나 과일, 통곡물, 견과류 등에 포함된 식이섬유는 많이 먹을수록 몸에 좋고, 많이 먹어도 해롭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간혹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나 잡곡 위주의 식사를 한 후, 오히려 배가 아프고 소화가 잘되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있다. 분명 식이섬유를 많이 먹었으니 소화가 잘돼야 할 텐데, 반대로 복통이나 소화불량을 겪게 되는 이유가 뭘까? 식이섬유가 몸에 가져다주는 이점과 섭취 시 주의사항을 자세히 알아봤다.
1. 수용성 식이섬유와 불용성 식이섬유, 차이는?
식이섬유는 크게 수용성 식이섬유와 불용성 식이섬유로 구분할 수 있으며, 그 특징도 각기 다르다. 수용성 식이섬유는 말 그대로 물에 녹는 식이섬유로, 소화기관 내에서 물과 만나 젤처럼 끈적거리는 형태로 변한다. 이렇게 끈적해진 식이섬유는 장에 남아 있는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흡착해 체외로 배출시키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콜레스테롤 과다로 인한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오랜 시간 포만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체중 조절에도 도움을 주고, 포도당이 혈액에 서서히 흡수되도록 해 혈당 상승을 완화하는 효과도 있다. 대표적인 수용성 식이섬유는 △알긴산 △펙틴 △구아검 △베타글루칸 등으로, △과일류 △해조류 △견과류 등에 풍부하게 들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물에 녹지 않는 불용성 식이섬유는 장내 유익균의 먹이로 작용해 장 건강을 개선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또 장에서 소화되지 않고 대변에 섞여 배출되면서 변을 더욱 부드럽게 만들기 때문에, 변비를 개선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대표적인 불용성 식이섬유는 △셀룰로오스 △키틴 △리그닌 등이 있으며, 주로 △채소의 질긴 줄기 부분 △곡류 △콩류 등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
2. 이롭다고 많이 먹으면 오히려 장 자극할 수도
이렇게 식이섬유가 건강에 이로운 작용을 많이 하는 것은 맞지만, 과도한 식이섬유 섭취는 오히려 장내 유익균의 활동을 지나치게 촉진시켜 가스 생성을 늘리고, 복부 팽만감과 소화 불량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잡곡류와 일부 과채류는 장을 많이 자극하는 ‘고포드맵(High-FODMAP)’ 식품에 해당하기 때문에, 장이 예민한 과민성 대장 증후군 환자라면 식이섬유 섭취 시 각별히 주의가 필요하다.
외과 상담의사는 “장이 예민한 편이라면 과도한 섬유질 섭취를 삼가고, 소화와 흡수가 어려운 저항성 전분 등 고포드맵 식품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며 “대표적인 ‘저포드맵(Low-FODMAP)’ 식품은 △딸기 △바나나 △오렌지 △감자 △고구마 △토마토 △유당 제거 우유 등이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너무 많은 양의 불용성 식이섬유를 섭취하면 장이 과도하게 활동하면서 설사를 유발할 수 있으며, 반대로 식이섬유 섭취량 대비 수분 섭취가 충분하지 않으면 변비가 악화될 수도 있다. 식이섬유는 몸에 흡수되지 않고 대부분 체외로 배출되는데,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으면 식이섬유가 체외로 원활하게 배출되지 못하고 오히려 변비를 유발하는 것이다.
게다가 젤 형태로 변한 수용성 식이섬유는 체내 불필요한 지방과 콜레스테롤뿐만 아니라 인체의 정상적인 기능을 위해 꼭 필요한 칼슘, 철분, 아연과 같은 필수 미네랄까지도 체외로 배출해 버릴 수 있다. 필요 이상의 섬유질을 섭취할 경우 미네랄 결핍이 발생하고 빈혈이나 골다공증 등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좋다.
3. 적정량 맞게 섭취하고 수분 섭취 등 신경 써야
식이섬유는 적정량에 맞게 먹는 것이 가장 좋다. 한국영양학회는 성인 남성은 하루 30g, 성인 여성은 20g 정도의 식이섬유를 매일 섭취할 것을 권한다. 청소년과 어린이는 이보다 적은 양으로 하루 15~20g 정도를 섭취하는 것이 적당한데, 과잉 섭취 시 성장에 필요한 칼슘 등의 영양소까지 배출될 수 있어서다. 잡곡밥에 2~3종의 나물 반찬을 곁들인 식사를 하고, 과일이나 채소를 하루 2~3회 정도 조절해서 먹으면 충분하다.
또한 식이섬유를 섭취할 때는 가공 과정이 적은 자연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가공식품은 식이섬유가 대부분 제거된 경우가 많기 때문. 실제로 주스나 통조림 등으로 가공된 과채류에는 식이섬유가 거의 들어있지 않기 때문에, 날것의 과채류를 그대로 먹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정 과정을 많이 거친 흰쌀보다는 현미에 식이섬유가 더욱 많이 들어 있는 편이다.
아울러 식이섬유를 충분히 먹었다면 수분 섭취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수용성 식이섬유가 젤 형태로 변하고, 불용성 식이섬유가 변을 충분히 불려 원활하게 배출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분 섭취가 필수다. 다만 오히려 몸에서 수분을 빼내는 역할을 하는 커피나 홍차, 술 등은 가급적 섭취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 대신 순수한 물을 마시거나 보리차나 현미차와 같은 곡류차, 히비스커스 등의 허브차 등을 마시는 것이 더욱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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