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관계의 비용 문제 (feat. 결혼을 포기하는 사람들)

사회적 관계의 비용 문제 (feat. 결혼을 포기하는 사람들)

 

'있는 사람'이 결혼했다, 로 논의를 끝내서는 곤란하다. 이제 내가 결혼을 할 나이가 되고 내가 속해 있는 가족공동체와 애인이 속해 있는 가족공동체 간의 교류관계가 형성되면서 새삼스럽게 많이 느끼는 지점이지만 이건 '사회적 관계'의 "비용" 문제로 독해를 해야 된다.

 

예를 들어서 이런 것이다. 내 가족과 애인 간의 교류보다 내가 애인의 가족과 교류하는 게 훨씬 더 크다. 우리 부모님께서 섭섭하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애인을 우리 집에 데려갔을 때 대화 주제를 뭘로 삼아야 좋을지 모르겠다. 서로 불편하고 어색하고 그런 관계이다 보니 그러는 건데 반대로 내가 애인의 가족들과 교류할 때는 '고양이'라는 소재가 존재한다. 애인의 부모님 집에도 몇 달 맡겨둔 적이 있었고 고양이를 또 이뻐해 주셔서 온 가족이 고양이만 놓고도 벌써 몇 번을 만났다. 애가 아프다고 하시니 어머님께서 눈물까지 보이시는데 내 어머님은 고양이를 무서워하셔서 딱히 막 보려고 하지도 않으시고 그렇다. 그러니까, 요점은 내가 결혼을 해서 가족을 형성할 때는 애를 낳아야 된다는 것이다.

 

그래야 애를 매개로 해서 양쪽의 가족공동체를 하나로 묶고 교류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 그게 안되면 그냥 남의 자식이 며느리라는, 혹은 사위라는 명목하에 잠깐잠깐 왔다 가고 그러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적으로 친해질 수도 있겠고 그렇지만 무언가 질적으로 다르다. 생애주기상에 어느 지점에서 관계의 질적 전환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그 단계에서 해야만 하는 어떤 '과제'가 있다는 말이다. 연애 대상에서 결혼 상대로 관계가 바뀌고, 단순 결합에서 '자식'이라는 혈연을 매개로 한 결합으로 바뀌고 등등 그런 질적인 전환을 거칠 때마다 사회적 관계가 급변한다는 걸 체감한다.

 

반응형

그리고 그렇게 변할 때 단순히 기족의 인간관계의 질적 전환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 새로운 사회적 관계에 편입되고 그 속에서 관계를 맺게 된다. 고양이 때문에 이사한 거라 좀 민망하지만 빌라에서 살 때와 아파트에서 살 때 마주하는 인간관계가 전혀 다르다. 전세예요 자가예요 묻는 어떤 지난한 위계구조에 편입되면서 듣게 되는 게 달라지고 뭐 그런 변화들이 있다. 다른 세상이 열리는 것이다. 만약 내가 나이 40에도 계속 빌라에 혼자서 살았으면 평생 경험 못했을 사회적 관계들이다. 그런데 이 사회적 관계로의 편입에 들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 벽이 점점 더 높아지고 강해지고 있는 건데 이걸 어떻게 할 거냐? 한 사람이 접하는 사회적 관계망이 좁아지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넓게 해 줄 것인가? 아파트값이나 이런 건 어쩔 수 없겠지만 개인의 원자화를 막을 사회적 관계들을 어떻게 중첩시킬 것이냐?

 

있는 사람들이 결혼한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회적 관계, 한 인간의 생애주기상 겪을 수밖에 없는 어떤 사회적 관계들이 점점 더 좁아지고 있고 그리하여 '원자화된' 개인들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고 말해야 한다. 이걸 어떻게 할 거냐? 이 사람들이 고립되고 원자화되어 그렇게 살게 내버려 둘 거냐? 그런 얘기를 하는 걸 보고 싶다.

---

 

연결의 힘은 강하다 (feat. 네트워크의 발전과 관계의 형성)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30가지 명언 (feat. 인생에서 꼭 필요한 조언)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소소한 기쁨 50가지 (feat. 소확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