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가까워지면서 건강 검진에서 망막 이상 소견이 발견되어 망막센터를 찾는 분들이 많습니다. 얼마 전 40대 여성이 망막 출혈이 있다는 소견으로 저에게 오셨습니다. 망막 출혈은 대개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으로 망막 혈관이 손상되어 나타나는데요. 이분은 다른 신체적인 이상은 없었습니다. 망막혈관 정밀검사에서 미세혈관의 이상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안과적인 원인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출혈이 나타났다고 판단하였고, 발살바 망막병증을 의심하였습니다.
발살바 망막병증은 일시적으로 복압이 올라가면서 망막 내 혈관의 압력이 급상승하여 출혈이 나타나는 것을 말합니다. 이분은 최근 심한 변비로 고생을 하고 있었고, 별다른 관리와 치료는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변비가 원인일 수 있다는 설명과 함께 변비약을 처방하였고 그 후 망막 출혈과 변비가 모두 호전되었습니다.
호흡을 멈추고 복부(배)에 힘을 줄 때 복압이 상승하는데요. 숨을 내쉴 때 복근에 힘을 주면 배가 들어가면서 흉곽의 압력이 상승하고 폐 속의 공기는 나가게 됩니다. 이때 목구멍을 닫아서 폐 속의 공기를 못 나가게 하면 복부와 흉곽의 압력이 급격하게 올라가고 머리에서 내려오는 정맥의 압력이 따라서 올라갑니다. 볼일을 보면서 힘을 쓰는 자세가 바로 발살바 자세 (Valsalva maneuver)인데요. 변비가 심해서 지나치게 배에 힘을 주면 눈 속에 있는 망막혈관의 압력이 순간 급상승하여 터질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발살바 망막병증입니다. 망막 중심에 있는 황반에서 망막 출혈이 발생하면 영구적으로 시력이 손상될 수도 있습니다. 다행히 이분은 출혈이 중심 밖에 있을 때 발견하였고 출혈의 원인을 찾아서 더 이상 진행 없이 나을 수 있었습니다.
변비뿐만 아니라 무거운 짐이나 역기, 물구나무서기 등 심한 운동을 할 때도 복압과 안구 내 혈관의 압력이 급상승할 수 있습니다. 반복적으로 망막과 시신경 혈관의 압력이 상승하면 녹내장이나 황반변성이 더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질환이 있는 환자는 운동 강도에 대해서 담당 의사와 상담이 필요합니다.
안과 검진에서 망막의 작은 출혈을 지나쳐서 나중에 심각한 합병증으로 저에게 오는 환자를 드물지 않게 봅니다. 망막 출혈의 원인을 찾아서 미리 예방했다면 실명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망막 출혈은 작더라도 실명의 스모킹건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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