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여성의 감기’라고 불릴 만큼 여성들에게 자주 찾아오는 ‘질염’. 질염은 여성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겪을 만큼 흔한 질환인데, 특히 생리 기간에 질염이 재발하거나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경험을 하는 여성들이 많다. 생리 중에 질염이 더욱 악화되기 쉬운 이유는 무엇일까?
1. 무너진 미생물 균형과 장시간 생리대 착용이 질염 유발
일반적으로 질염은 질 내 미생물의 균형이 깨지면서 발생한다. 정상적인 질 환경에서는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라는 유산균이 젖산을 생성하여 pH 3.8~4.5 내외의 약산성 상태를 유지하고, 유해한 미생물이 과도하게 증식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그런데 생리 기간에는 pH 7.3~7.4 정도로 약알칼리성인 생리혈이 분비되어 질 내 산도가 변하고, 호르몬 분비가 변화하면서 면역력도 평소보다 조금 떨어지게 된다. 이렇게 질 내부의 환경이 변하면 유익균인 락토바실러스는 사라지고 세균성 질염의 원인균인 가드넬라균이나 혐기성 세균, 곰팡이균인 칸디다균 등이 평소보다 빠르게 증식하면서 질염을 유발하는 것이다.
게다가 생리 중에는 생리대를 장시간 착용하게 되는데, 피부에 직접 닿는 만큼 마찰이 발생할 때마다 자극을 받아 가려움증 등의 증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 통풍이 잘되지 않기 때문에 불쾌한 냄새가 평소보다 심하게 나는 등, 질염의 증상들이 심해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단순히 ‘생리가 끝나면 낫겠지’라고 생각하고 방치하면 안 된다. 질염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낫더라도 금세 재발하고 만성화되는 경우가 잦은 데다, 자칫 방광염이나 골반염으로 발전할 수도 있어서다.
2. 약 복용하고 비누 사용 자제… 또 다른 관리법은?
생리 중 질염 증상이 나타나면, 질염을 유발한 원인균에 맞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냄새가 심하다면 세균성 질염, 흰색 분비물이 묻어난다면 칸디다성 질염 등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보통 경구 복용하는 항진균제나 항생제를 사용해 치료하며, 질정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다만 생리 중에는 질정제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생리 중에는 투약을 잠시 멈추고 생리 기간이 끝난 후 다시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또한 생리혈이나 분비물이 더럽다고 생각해 질 내부까지 비누나 여성청결제로 과도하게 씻어내는 것은 금물이다. 대부분의 비누는 알칼리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질 내 산도를 변화시킬 수 있고, 질 내부에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는 미생물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만을 사용해 바깥쪽까지만 씻어내는 것이 가장 좋으며, 찝찝한 느낌이 든다면 좌욕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만약 세정제를 사용한다면 주 1회 정도 외부에만 가볍게 사용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생리 기간 동안에는 생리대를 자주 교체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인 생리대 교체 주기는 3~4시간에 1번이며, 탐폰과 같이 체내형 생리대는 4~6시간에 1번 교체하면 된다. 또 꽉 조이는 옷은 되도록 입지 않고, 면 소재의 편안한 옷을 입는 것이 좋다. 통기성이 좋지 않은 옷을 계속해서 입다 보면 생리대 아래에 습기가 차고 세균 번식이 활발해져 질염이 더 악화될 수 있다.
피로와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많이 분비되면 질 내 항상성이 떨어지고, 면역력을 저하시켜 질염을 악화시킬 수 있어서다. 평소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체력 관리를 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되며, 생리 중에는 충분히 수면을 취하고 술이나 흡연처럼 교감신경을 자극하는 요인들은 피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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