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모든 걸 얻었다고 하는 사람들이 마약으로 인생이 파탄 나는 걸 보면서 많은 게 부질없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들 부, 명예, 인기 같은 걸 간절히 원하고 부러워하는 세상이지만, 막상 부러운 그곳에 도착해 보면 의외로 별 게 없을지도 모른다. 삶을 송두리째 파괴할 수도 있는 쾌락에 빠져드는 건 그 '별 게 없음'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요즘 우리 시대 화두는 가히 '도파민 중독'이라고 할 법하다. 온갖 스마트폰 속 자극적인 콘텐츠, 달달한 먹거리, 끝도 없이 생겨나는 핫플레이스나 명품, 여행 소비 등이 모두 일상의 도파민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그런데 도파민의 왕 중의 왕이랄 게 있다면, 급격한 인기 상승일 것이다. 마치 세상 모든 걸 얻은 것만 같은 그런 '상승'이 엄청나게 도파민을 생산한다.
그런데 세상 모든 일에는 끝이 있기 마련이다. 열심히 올림픽을 준비한 선수도 금메달을 따고, 은퇴 이후에는 이제 횡보 또는 하락을 견뎌야 한다. 인기로 전국적인,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은 사람도, 나이가 들고, 늙어가고, 신인들의 등장 앞에서 하락을 맞이해야 한다. 삶은 어떤 식으로든 저물기 마련이고, 상승에는 끝이 있다.
그래서 삶에는 상승에만 기대어 추동력을 얻는 일이 아니라, '그냥 하는' 일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키가 노년기에 접어들 때까지 꾸준히 창작할 수 있었던 이유도 '그냥 하는' 달리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책이 잘 팔리고 문학상 받는 일에 일희일비했다면, 그도 도파민 중독과 상승과 하강의 롤러코스터 속에서 그다지 잘 견디지 못했을 수 있다. 상승은 상승이고, 하강은 하강이고, 우리는 '그냥 하는' 일로 늘 돌아와야 한다.
삶을 지켜주는 건 그냥 하는 일들이다. 엄청난 흥분과 설렘과 기대감을 주는 일들은 삶에 반짝이는 이벤트들이다. 이를테면, 1년에 한 번 열리는 불꽃 축제 같은 것이다. 삶이 이어지는 건 언제나 그 뒤에서 '그냥' 하는 일들에 있다. 그냥 걷고, 운동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잡고, 강아지를 씻기고, 음악을 듣는 일들 속에 삶이 있다. 아마 죽기 전에 떠오를 일도, 어느 저녁 공원을 거닐었던 일상이나,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걸 함께 먹던 주말일 것이다. 시상식은 흥분이 지나고 나면 사라질 일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삶을 온전히 살아내기 위해서는, 일상을 사랑할 기술을 익혀야 하는 듯하다. 일상의 진부하고 소소한 것들, 별 것 아닌 것들을 그냥 이어가며 사랑할 기술이 없으면, 어떤 자극도 결국에는 종말로 다가올 수 있다. 소비와 자극이 과잉이 된 시대, 삶에는 그냥 하는 일들이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할 필요가 있다. 그냥 쓰고, 그냥 달리고, 그냥 손잡고, 그냥 해내는 일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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