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배가 아플 때 흔히 떠올리는 질환 중 하나가 맹장염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매년 10만 명 이상이 수술을 받을 만큼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인데, 그렇다고 해서 가볍게 볼 질환은 아니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위험한 합병증을 불러올 수 있어 빠른 수술이 필요한 질환이기도 하기 때문. 맹장염을 의심해야 하는 증상은 무엇인지, 어떻게 치료할 수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자.
1. 맹장염의 정확한 이름, ‘급성 충수염’… 왜 생기는 걸까?
사실 우리에게 맹장염이라는 이름으로 익숙하기는 하지만, 정확한 명칭은 따로 있다. 맹장은 소장에서 대장으로 이어지는 부위에 위치한 소화기관인데, 여기에는 ‘충수돌기’라는 주머니가 붙어 있다. 이 충수돌기에 갑작스럽게 염증과 통증이 생기는 질환을 의미하기에, 맹장염이 아닌 ‘급성 충수염’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급성 충수염은 △조직의 과다 증식 △이물질 △염증성 협착 등으로 인해 충수돌기 내부가 막히면서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충수 내부가 막히면 장의 정상적인 연동운동이 제한되고, 장내 세균이 증식하며 독성 물질이 분비된다. 이로 인해 서서히 충수의 점막이 손상되고 궤양이 생기며 통증이 생기는 것이다. 충수돌기 내부의 압력이 높아지면 동맥혈의 흐름이 저하되면서 충수 벽이 괴사 하거나 천공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실제로 급성 충수염 환자 중 약 25%가 천공까지 진행된다는 통계도 있다.
2. 진행되면서 복통 위치 변해… 증상 비특이적인 경우도 있어
급성 충수염의 주요 증상으로 알려져 있는 것은 복통인데, 진행 단계에 따라 복통의 위치를 비롯한 증상의 양상이 달라지는 편이다. 외과 상담의사는 “처음에는 명치 부근, 혹은 윗배 쪽이 불편하면서 마치 체한 듯한 증상으로 시작해 통증이 점차 오른쪽 아랫배로 내려가는 양상을 보인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는 전형적인 경우일 때 나타나는 증상이라는 것이 외과 상담의사의 설명이다. 외과 상담의사는 “사람에 따라 맹장염의 증상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데, 증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방치할 경우 2~3일 내에 천공이 발생하며 합병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라며 “초음파 검사나 CT 등의 검사를 통해 급성 충수염으로 진단되는 즉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소아, 고령자, 임신부 등은 더욱 세심하게 증상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 임신부의 경우 태아 성장 단계에 따라 통증이 발생하는 위치가 달라지기도 하며, 소아와 고령자는 증상의 진행 및 경과가 빠른 데다 비슷한 증상을 유발하는 질환이 많아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 그런 만큼 원인을 알 수 없는 복통이 있거나, 소화가 잘되지 않고 체한 듯한 느낌이 지속된다면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볼 것을 권한다.
3. 천공 생기기 전, 초기 단계에 수술받아야
급성 충수염 초기 단계에서 충수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을 경우 복강경을 이용한 간단한 수술이 가능하고, 회복도 빠르기에 부담이 적은 편이다. 간혹 수술 부위 감염 등이 합병증으로 발생하기도 하는데, 발병률은 5% 이내로 많지 않은 편이다.
문제는 단순한 복통이나 소화불량으로 생각하고 치료를 미뤘을 때다. 증상이 시작된 후 3일 이상이 지나면 충수가 터지며 천공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데, 외과 상담의사는 “천공이 생길 경우 주변에 고름 주머니가 생기고 복막염으로 이어지게 된다”라며 “이 경우 충수와 주변 조직을 구분할 수 없기에 즉시 수술을 할 수 없고, 수술의 위험도도 올라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렇게 천공이나 조직 괴사가 진행된 경우 합병증 발생률은 30%에 이른다.
이렇게 충수를 떼어내는 수술을 하고 나면 일시적으로 장의 기능이 떨어지며 복부 팽만감, 설사, 변비 등의 소화기계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다만 약 2~4주 정도가 지나면 장이 다시 정상적으로 연동 운동을 하면서 증상이 사라지는 만큼,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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