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렇듯 논쟁은 필요하고 또 좋은 것이다. 미국의 상위소득집중도가 Piketty 등의 연구결과와 달리 그리 높아지지 않아서 불평등이 생각보다 심화되지 않았다는 Auten과 Splinter의 논문이 최근 화제다. 사실 그들의 연구는 몇 년 전부터 잘 알려졌고 이미 논쟁이 있었지만, 최근 JPE에 실리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핵심은 미국의 GDP에 비해 세금자료에 포착되지 않는 약 40%의 소득을 어떻게 계층별로 배분하여 상위소득집중도를 추정할 것인가 하는 것. 그것이 참 어려운 일이라 여러 가정을 쓸 수밖에 없는데, 피케티 등은 세금자료에 나타나지 않는 사업소득과 자본소득 등이 세금자료의 소득과 비슷하게 계층별로 분배될 것이라고 가정한 반면, Auten과 Splinter는 IRS 감사자료를 사용하여 상위 1% 아래의 중산층에 훨씬 더 많이 분배될 것이라고 가정하여 다른 결과를 보인다.
디튼이 언젠가 썼듯이 GDP를 사용하여 정확한 소득분배의 모습을 보이기란 연구자 각자의 가정에 기초할 수밖에 없어서 논쟁이 평행선을 달리기 쉽고 언론이나 독자들은 또 자기가 보고 싶은 쪽만 강조할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는 또 이 논문 이후 미국의 불평등이 심화되었다는 증거는 없다는 목소리가 득세할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아무튼 피케티 등은 며칠 전 이 논문에 대해 비판적인 코멘트를 제시했다. 생산적인 논쟁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이 논문 읽다가, 최근 세계불평등데이터베이스(WID)에서 한국의 상위 1%, 상위 10% 집중도 데이터를 업데이트한 것이 생각났다. 기존의 김낙년 교수 연구 결과와 달리 상위 10% 집중도가 상당히 낮아졌는데, 이는 역시 예상했던 것처럼 보다 정확한 국제비교를 위해 데이터를 업데이트했기 때문이다. 일전에 만났던 주크만 교수와 한국 데이터를 작업하고 있는 한국인 대학원생이 확인해 주었다.
미국 등은 세금신고 단위가 결혼한 커플인데, 이 경우 커플의 소득을 반으로 나누어(equal-split) 각 개인의 소득으로 환산하여 성인 개인별 상위소득집중도를 계산한다. 이러한 방식을 세계각국에 통일적으로 사용하기로 했고 한국도 그에 따라 자료를 업데이트한 것이다. 한국은 세금신고 단위가 개인인데 아마도 개인별 세금자료를 결혼한 부부 자료와 결합하여 이러한 수치를 뽑아냈을 것이다. 한국에 관한 워킹페이퍼가 곧 나올 것이라 들었다.
김낙년 교수가 보고했던 이전 수치는 단위가 성인 개인(individualistic adults)이었기 때문에 상위 10% 집중도가 더 높았다. 예를 들어 2016년 개인기준은 약 43%, equal-split 기준은 약 37%이다. 물론 현재 데이터는 2016년과 2019년의 경우 세금자료의 상위소득집중도와 달리 WID의 자료가 너무 크게 변화해서 의아한데, 물어보니 estimation에 문제가 있어서 곧 새로운 자료를 업데이트할 것이라 한다.
노파심이지만 역시 이 새로운 자료 앞에서 한국의 불평등도 높지 않으니 소득분배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물론 국제비교를 해 보면 이전 자료에 비해 미국보다는 훨씬 낮고 프랑스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2000년대 이후 불평등이 심화된 것은 현실이고 특히 소득 재분배 이후의 불평등은 선진국 중 매우 높은 수준 아닌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역시 제대로 된 논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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