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우울증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3년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아동·청소년은 5만 3,070명으로, 2018년(3만 190명) 대비 75.8%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증가 추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청소년 우울증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족하다. 평소 밝던 아이가 감정을 조절하지 못할 때, 많은 부모가 이를 단순한 ‘사춘기’로 여기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청소년 우울증은 성인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 사춘기와 혼동되기 쉽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분명한 차이가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도움말을 통해 청소년 우울증의 주요 증상과 보호자의 올바른 대처법을 알아본다.
1. 청소년 우울증, ‘SNS 사용’과 연관 있어
우울증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청소년기 우울증 역시 특정한 원인으로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가족력, 성격적 기질, 학업 스트레스, 진로 고민, 대인관계, 가족 갈등, 호르몬 변화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청소년 우울증이 증가하는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노출 증가가 지목된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SNS 사용과 우울증 간의 연관성을 밝혀냈다.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SNS 이용 시간이 증가할수록 불안과 우울증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으며,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연구팀 역시 스크린 사용 시간이 길어질수록 정신 건강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SNS가 청소년 우울증 위험을 높이는 이유에 대해 “온라인 왕따(Cyberbullying)와 또래 간 비교 심리가 심화되면서 입시 스트레스와 경쟁 압박이 더욱 커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 역시 문제”라며, 청소년 정신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 청소년 우울증, 사춘기와의 구별이 중요
청소년 우울증은 감정 기복, 과민함, 식욕 및 체중 변화, 수면 습관 변화, 등교 거부와 반항적인 행동 등으로 나타난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진료실을 찾는 청소년 우울증 환자들은 대개 성적에 대한 압박감, 고민을 털어놓을 대상의 부재, 부모와의 소통 단절 및 관심 부족 등을 호소한다”라고 전했다.
청소년 우울증은 종종 사춘기의 자연스러운 감정 변화와 혼동되지만, 두 가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춘기의 감정 기복은 일시적이고 경미한 수준에서 그치는 반면, 우울증은 장기간 지속되며 일상 기능에 뚜렷한 변화를 초래한다”라고 설명한다. 행동의 양상에도 차이가 있다. 사춘기에는 일탈 행동이 비교적 가벼운 수준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반면, 우울증이 있는 경우 더 심각한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청소년 우울증 환자들은 학업 성적의 급격한 하락, 등교 거부, 이전에 즐기던 활동에 대한 흥미 상실 등이 동반될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기준은 슬픔과 우울감의 지속 기간이다. 사춘기의 감정 변화는 짧은 시간 내에 사라지지만, 우울증의 경우 최소 2주 이상 지속된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춘기에는 죽음에 대한 생각이 흔하지 않지만, 우울증을 앓는 청소년은 죽음에 몰두하거나 자살 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사춘기와 우울증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3. 보호자의 올바른 인식과 대처가 중요해
청소년 우울증은 단순한 사춘기 변화가 아닌 명확한 정신질환이라는 점을 보호자가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성인과 달리 청소년 우울증은 우울한 기분이 하루 종일 지속되지 않거나 의욕 감소가 뚜렷하지 않을 수도 있어 보호자가 이를 놓치기 쉽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전과 다른 감정 변화나 행동 변화, 일상 기능의 변화가 눈에 띈다면 이를 사춘기의 일부로 단정 짓지 말고 우울증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조금이라도 우울증이 의심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자녀를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우울증을 겪는 청소년을 대할 때 보호자의 태도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아이의 감정을 함부로 판단하거나 조언하기보다는 힘든 감정을 인정하고 공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부모는 언제나 자녀의 편이라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확인시켜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라고 조언했다.
치료 방법은 크게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로 나뉜다. 우울증 증상이 심할수록 약물치료가 필수적이며, 부작용은 충분히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보호자가 먼저 거부감을 갖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상담치료로는 인지행동치료, 대인관계치료, 가족 상담, 통찰지향 정신치료 등이 있으며, 치료가 진행될 때는 보호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부모와의 갈등이 우울증의 원인이 되는 경우, 보호자가 함께 치료에 참여해 올바른 양육법이나 갈등 해결 방안을 배우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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