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개혈종은 귀 바깥 부분을 의미하는 이개에 혈종이 생긴 상태를 말한다. 주로 외상에 의해 귀의 연골을 둘러싸고 있는 연골막 혈관이 손상되고 혈종이 고여 발생하는데, 유도나 레슬링 등 접촉과 마찰이 잦은 운동선수들 사이에서 흔하게 나타난다.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이개혈종이 반복돼서 발생하면 귓바퀴 모양을 심하게 변형시키고 약물치료나 수술로도 원상복구가 불가능할 수 있다”라면서 “심한 이개혈종은 귓구멍 입구부를 막아 고막이나 중이강 질환의 진찰을 방해하거나 전도성 난청으로 불편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예방과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1. 이개혈종 치료 늦어지면 '만두귀'로… 발병 원인은?
만두귀는 이개혈종을 제때 올바른 방법으로 치료하지 않아 외이 섬유화가 진행된 상태를 말한다. 즉, 이개혈종 이후 생기는 현상이 만두귀다. 그렇다면 이개혈종이 발병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이개가 해부학적으로 돌출된 탓에 외부 충격을 받기 쉽고, 혈액 흡수 속도가 느리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귀 앞 뒷면으로 얼기설기 잘 발달된 혈관은 돌출된 귀 모양 때문에, 작은 외상에도 매우 취약하다. 내장기관을 제외한 신체 다른 기관은 혈관이 터지면 주변 근육관 같은 조직의 응축으로 출혈이 조절되지만, 귀에는 연골막 이외에 다른 연조직이 없는 관계로 지혈이 잘 안 되고 피부의 탄력성이 유일한 지혈작용으로 작용한다”라고 설명했다.
이개혈종은 귀가 쓸리거나 부딪히는 일이 잦은 유도, 주짓수, 레슬링, 삼보와 같은 그라운드 및 그래플링 위주의 스포츠 선수들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권투, 미식축구 선수들에게서도 자주 발병한다. 이 외에도 교통사고나 낙상과 같은 강한 충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고, 자발적인 혈관의 파괴가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개에 고인 피는 낭종처럼 작은 주머니를 형성하고, 2주 정도 지나면 혈종에 염증이 발생하게 된다.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이때부터는 염증조직으로부터 삼출액이 만들어지고 낭종의 성분으로 작용하면서 통증이나 가려움을 느낄 수 있다. 또한 해당 부위를 누르거나 긁게 되면 낭종을 이루던 액체 성분이 주변으로 퍼져 크기가 커지는 경향을 보인다”라고 전했다.
2. 이개혈종 치료 골든타임은 1주일
이개혈종과 만두귀는 어떻게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을까. 우선 만두귀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개혈종이 발생하지 않도록, 운동인은 헤드기어를 착용하고 일반인은 딱딱한 베개 사용을 지양해 귀가 받는 자극이 적도록 한다.
또한 이개혈종 발생 시에는 가급적 1주 이내, 늦어도 2주 이내에 받을 것을 권장한다. 이는 이개혈종이 발현되고 7~10일 사이에 섬유성 연골이 생기고, 2주 이상 시간이 경과되면 기질화가 가속화 되기 때문이다. 운동선수의 경우 직접 혈액을 뽑으며 버티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다시 혈액이 차고 이후 영구적 귀 변형을 초래할 수 있으며, 감염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권장하지 않는다.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이개혈종 발생 초기에는 배액 후 압박 혹은 음압 장치를 달아놓는 방법이 효과적이다”라며 “발생 후 약 2주가 지났다면 배액 후 배액된 체액 양만큼 항생제나 스테로이드를 주입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해당 방법의 효과가 미비하거나 연골막의 변성이 이미 발생했을 경우에는 이개혈종에 절개를 가해 배액 후 염증을 제거하고, 혈종이 발생한 부위 앞뒤로 버튼이나 치과용 솜으로 압박봉합하는 ‘버튼 수술법’을 진행한다”라고 설명했다.
만일 제때 치료받지 못해 이개혈종에서 만두귀가 되었다면 성형외과 진료를 통해 치료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귀 성형의 경우, 사람마다 제각기 다른 복잡한 구조로 된 귀의 특성상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만두귀가 되기 전 치료를 받을 것을 권장한다.
3. 이개혈종과 만두귀는 엄연한 질병…"예방과 조기 진료 필요"
대한레슬링협회에서는 “만두귀는 그 노력의 상징이고 영광의 상처다”라고 했으며, 방송인 강호동은 SBS 가로채널에 출연해 “운동선수는 만두귀를 훈장이라 칭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운동인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는 노력과 걸어온 길을 증명하는 상징이 될 수 있지만, 이개혈종과 만두귀는 엄연한 질병으로 관리와 진료가 요구된다.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이개혈종은 예방이 가장 좋은 방법이나, 운동을 중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혈종이 작게라도 발생했을 때 병원에 방문하여 상태를 점검받는 것이 좋다”라면서 “경험이 많은 전문의라면 환자 본인 귀에 맞는 치과용 재질로 된 틀을 이용해, 얼굴에 기어를 착용하듯 환자의 귀를 보호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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