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 예방을 위해 건강한 식습관이 중요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새로운 연구는 이를 태아기와 유아기까지 확대해, 생애 첫 1,000일 동안 설탕 섭취를 제한할 경우 성인이 되었을 때 당뇨병과 고혈압 발병 위험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Restricting sugar consumption in utero and in early childhood significantly reduces risk of midlife chronic disease, 태아기 및 유아기 설탕 섭취 제한이 중년기 만성질환 위험을 유의미하게 낮춘다)는 미국과학진흥원에서 발간하는 국제학술지인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연구팀은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영국에서 시행된 설탕 배급제도를 ‘준실험’으로 삼아 생애 초기 설탕 섭취 제한이 장기적인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당시 영국 정부는 1942년부터 1953년까지 전시 물자 조절을 위해 설탕 배급을 실시했으며, 배급 당시 영국인들은 하루 평균 약 8 티스푼(40g)의 설탕만 소비할 수 있었다. 이는 현재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농무부(USDA)에서 권장하는 섭취량과 유사하다. 그러나 배급 해제 후에는 하루 16 티스푼(80g)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이 설탕 배급제도가 해제된 1953년 9월 전후로 태어난 사람들의 중년기 건강을 비교 분석했다. 분석 결과, 태아기와 출생 후 2년간 설탕 섭취가 제한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이 38% 낮았고, 고혈압 발병 위험은 21% 낮았다. 특히 당뇨병과 고혈압의 발병 시점이 각각 평균 4년과 2년 늦춰지는 효과도 나타났다.
설탕 섭취 제한이 태아기에만 이루어졌을 때도 질병 예방 효과가 있었으나, 출생 후 첫 두 해까지 제한이 유지될 경우 효과가 더욱 두드러졌다. 연구팀은 “생애 초기의 설탕 섭취가 성인기 만성질환 발병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라며, “이는 향후 공공보건정책에서 설탕 섭취 제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연구의 공동 저자인 폴 거틀러(Paul Gertler) 교수는 “초기 생애의 설탕 섭취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볼 때, 이는 담배만큼이나 심각하게 다뤄져야 할 문제”라며, 아기와 어린이용 식품의 설탕 함량을 줄이기 위한 식품 회사의 책임 강화와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기반으로 초기 설탕 제한이 성인기의 당뇨병과 고혈압 외에도 경제적 상태, 만성 염증, 인지 기능 및 치매 등 다양한 건강 지표에 미치는 영향을 추가 연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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