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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개발

날지 않는 돼지는 그냥 돼지일 뿐이지. (feat. 붉은 돼지)

by MINK0903 2024.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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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지 않는 돼지는 그냥 돼지일 뿐이지. (feat. 붉은 돼지)
날지 않는 돼지는 그냥 돼지일 뿐이지. (feat. 붉은 돼지)

 

"날지 않는 돼지는 그냥 돼지일 뿐이지." 중학생 때 <붉은 돼지>를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이 여전히 생각난다. 그날로 내 꿈은 하늘을 나는 것이 되었다. 어떤 직업을 갖든지 상관없이, <붉은 돼지>에서 나온 것과 꼭 같은 그런 바다에 머물며 하늘을 나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다만, 그런 꿈이 실현되지는 못했고, 지금도 잃어버린 꿈의 조각처럼 내 안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정도다.

 

오랜만에 <붉은 돼지>를 보는데, 하늘을 나는 만화 중에서 여전히 이 만화만큼 섬세하게 표현을 해낸 작품이 없지 않나 싶었다. 비행기의 떨림이나, 하늘을 날 때의 시야, 구름 사이로 비치는 햇빛이나 멀어지는 배, 들판을 넘어 날아가는 실감 같은 것들이 무척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OST가 나올 때는 눈물이 날 것처럼 그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어릴 적에는 잘 몰랐던 만화 속 의미랄 것도 이해가 되었다. 포르코는 인간이길 그만두며 돼지가 된다. 인간은 돼지라면 결코 하지 않을 일들을 한다. 국가를 만들고, 애국심을 강요하며, 국가라는 이념을 위해 다른 사람들을 학살하게 만든다. 이념에 눈이 멀어 눈앞에 있는 사람의 존재도 잊어버린다. 포르코의 친구들은 그런 무의미한 싸움에 희생되어 세상을 떠난다. 남겨진 건, 그 친구들 셋과 차례로 결혼했다가 세 번의 사별을 겪은 마담 지나와 포르코뿐이다. 포르코는 인간을 등지고, 스스로 돼지가 되어, 비행정을 모는 현상금 사냥꾼으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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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는 그리 특별한 이야기가 아닐 수 있는데, 이번에 다시 보며 마음을 울리는 건 "날지 않는 돼지는 그냥 돼지일 뿐이지."라는 대목이었다. 마르코는 인간을 등지지만, 그렇다고 '그냥 돼지'가 된 건 아니었다. 그는 '하늘을 나는 돼지'가 된다. 원래 돼지는 하늘을 날 수 없다. 대부분은 그저 인간의 가축으로 갇혀 살아가다 고기가 될 뿐이다. 그는 인간도 싫어지만, 그냥 돼지가 싶었던 것도 아니다. 어찌 보면 돼지에게는 불가능한 이상이지만, 하늘을 난다는 이상을, 꿈을 꾸는 돼지로 살고 싶었다.

 

인간은 자유를 얻을 수 없다. 인간은 국가에 예속되어 있고, 국가나 법이나 종교에 복종하지 않으면 범죄자가 되거나 추방되거나 감금당한다. 그렇다고 돼지에게 자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돼지는 그냥 돼지일 뿐이다. 자유는 자유를 꿈꾸는 돼지에게 있다. 그래서 하나뿐인 낡은 비행정을 놓지 않고, 인간의 꿈을 빌리듯, 인간의 기술을 훔치듯, 그렇게 인간도 돼지도 않은 경계 지대에 서서 집요하게 꿈을 꿀 때, 자유를 얻는다. 포르코는 자유를 위해 돼지가 된다.

 

그랬던 포르코이지만, 돼지가 된 마법이 풀리는 순간이 찾아온다. 포르코의 비행기 설계를 담당한 소녀 피오가 "포르코를 믿어요."라고 말한 밤이다. 그는 한 인간 소녀의 '믿음'을 얻으면서, 돼지 쪽에서 다시 인간 쪽으로 살짝 넘어간다. 인간을 싫어하고, 인간에 진절머리를 내며 돼지가 된 마법에 걸렸지만, 다시 인간을 믿고, 인간으로부터 믿음을 얻자, 그는 다시 인간이 되려 한다.

 

마지막에 그는 또다시 인간이 된다. 비행기 시합에서 이기면 피오를 내놓으라고 하는 커디스와의 시합에서 이기고, 피오를 지켜낸 다음의 일이다. 피오와 지나는 그에게 믿음과 사랑을 전하고, 그는 다시 '인간'이 된다. 인간에 염증을 느껴 돼지가 되었지만, 다시 인간을 회복한 자리에서 그는 아마 '다른 인간'이 되었을 것이다. 인간이란, 이념과 관념으로 타인들을 죽이고 착취하는 폭력적인 존재인 게 명백하지만, 그럼에도 인간의 다른 측면도 있다는 것, 다른 인간, 다른 인간성도 있다는 걸 깨달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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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보면 인간도 괜찮은 것 같군." 포르코가 피오에게 한 말이다. 우리가 괴물이 되든, 돼지가 되든, 짐승이 되든 인간으로 돌아올 때는 '한 명의 괜찮은 인간'이 있으면 된다.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 인간을 구해내는 것, 인간을 살리는 것은 한 명의 괜찮은 사람이다. 그리고 그 사람이 보내주는 믿음, 또 그 사람에게 건넨 믿음이다. 인간으로 돌아오는 다리는 누구에게나, 언제나 주어져 있다. 단, 때론 그 다리를 함께 건너 줄 한 명의 괜찮은 사람을 만나야 할 수 있다. 그렇게 한 명의 사람은 운명이 되고, 우리 삶을, 또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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