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운동을 하더라도, 하루에 10.6시간 이상 앉아 있는 생활이 지속된다면 심장 건강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 결과(Accelerometer-Measured Sedentary Behavior and Risk of Future Cardiovascular Disease, 가속도계로 측정된 좌식 생활과 미래 심혈관 질환 위험)는 국제학술지 ‘미국심장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JACC)’에 최근 게재됐다.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등록된 평균 연령 62세의 성인 8만 9,530명을 대상으로 좌식 생활과 심혈관 질환 간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손목 가속도계를 통해 참가자들의 신체 활동량을 1주일 동안 측정했다. 이후 참가자들을 8년간 추적 관찰하며 심방세동, 심부전, 심근경색, 심혈관 질환 사망 등의 위험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하루 평균 10.6시간 이상 앉아 있는 사람은 심부전 위험이 45%,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62% 증가했다. 심방세동과 심근경색 발생 위험도 각각 11%와 15% 증가했다.
흥미로운 점은, 하루 10.6시간 이하로 앉아 있을 경우 심혈관 질환 위험 증가가 크지 않았으나, 10.6시간을 넘어가면서부터 급격히 위험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심장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좌식 생활의 임계치”로 설명했다.
현재 심혈관 질환 예방 가이드라인은 일주일에 150분 이상의 중·고강도 신체활동을 권장한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 따르면, 이를 충실히 따르는 사람이라도 하루 종일 앉아 있는 시간이 길다면 심부전 및 심혈관 사망 위험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교신저자인 샤안 쿠르시드(Shaan Khurshid) 박사는 “운동이 심혈관 질환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하루 10시간 이상 앉아 있는 생활은 운동 효과를 상쇄할 만큼 위험하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심장 건강을 지키기 위한 현실적이고 중요한 목표가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운동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하루 중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 함께 게재된 편집자 논평에서 브라운 대학교 의과대학(Medical School of Brown University) 가정의학과 책임자인 찰스 B. 이튼(Charles B. Eaton) 박사는 좌식 생활 시간을 매일 30분씩 줄이기만 해도 심장 건강에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하루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고 중강도에서 고강도의 활동을 추가하면 심부전 위험이 15%,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이 10% 감소했다. 단순히 가볍게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심부전 위험은 6%,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은 9% 낮아진다.
이번 연구는 좌식 생활이 심혈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대규모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연구팀은 “앞으로 공중 보건 가이드라인에서 좌식 생활 시간 감소를 명시적으로 포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심장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운동뿐 아니라 앉아 있는 시간을 의식적으로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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